근로소득세 원천징수 합리화 방안
세금 덜 내지만 연말공제도 축소 '조삼모사'

정부가 10일 내놓은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합리화 방안으로 세금을 덜 내게 됐지만 결코 기뻐할 수 만은 없게 됐다.

연말공제도 동시에 축소되면서 이른바 `덜 떼고 덜 돌려받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세율 자체는 그대로 두고 원천징수와 연말정산 방식을 조정한 것에 불과한 탓에 `조삼모사'인 셈이다. 근로자가 내는 최종 납부세액은 달라지지 않는다. '13월의 보너스'인 환급액은 원천징수한 만큼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올해는 9월 급여(1~8월분은 소급)부터 세금을 덜 뗀다. 하지만 연초 소득에 대한 연말정산을 종전의 방식으로 더 많이 받았기 때문에 올해 일회적으로 세금을 덜 내는 효과가 있지만 퇴직시점에 그 부분이 반영된다.

개정안은 간이세액표상 특별공제율을 상향조정해 공제규모를 키워 원천징수액을 줄였다. 현재 2인 이하는 `110만 원+총급여의 2.5%'를 공제했다. 개정안은 `210만 원+총급여의 4%'로 올렸고 3인 이상은 `250만 원+총급여의 5%+총급여 4000만 원 초과분의 5%'에서 `350만 원+총급여의 7%+총급여 4000만 원 초과분의 5%'로 바꿨다.

예를 들어 4인 가구의 결루, 월 급여 500만 원인 근로자에 적용하면 월 26만9290원이었던 근소세 원천징수액이 24만820원으로 2만8470원(11%) 줄어든다. 3인 가구는 월 급여 300만 원인 근로자의 원천징수액은 현행 4만 7560원에서 3만2490원으로 1만5070원(32%) 감소한다.

특별공제율 조정은 원천징수액을 낮추지만 연말정산에서 돌려받는 금액도 낮출 수밖에 없다.

내년 초 연말정산에서 올해 소득에 대한 최종 납부세액은 변함이 없어도 환급액은 원천징수한 만큼 줄어든다.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지 못하고 오히려 추가 납부하는 경우라면 내년 초에 내야 할 금액이 더욱 커지게 된다.

다만 정부로서는 올해 정부수입이 2조 원 정도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1조5000억 원 원천징수가 축소되고 내년에는 5000억 원 환급되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서 정부수입을 보면 올해 원천징수액이 20조 원, 환급액이 4조 원으로 수지는 16조 원이었다. 그러나 제도가 바뀌어 올해 원천징수가 18조5000억 원으로 줄고 이미 환급한 4조 원을 반영하면 수지는 14조5000억 원이 된다.

내년에는 원천징수액이 18조 원, 환급액 2조5000억 원, 수지 15조5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2014년에야 원천징수액 18조 원, 환급액 2조 원, 수지 16조 원으로 제도개선 이전과 같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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