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방아쇠는 일본이 당겼다.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센카쿠열도 국유화를 밀어붙였다. 중국 정부는 곧바로 보복 카드를 꺼내들었다. 댜오위다오를 주권의 영향력 범위를 나타내는 ‘영해 기준선’에 포함한다고 선포한 데 이어 해양감시선을 인근 해역에 투입했다. 물리적 충돌 우려마저 높아진 상황이다.

◆보복카드 빼든 중국

일본 정부의 국유화 방침이 알려진 지난 10일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댜오위다오를 중국의 영해 기준선으로 삼는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그동안 댜오위다오에 대한 주권을 꾸준히 주장했지만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영해 기준선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중국의 반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1일에는 해양감시선 두 척을 센카쿠열도 인근 해역에 파견했다. 해양감시선 투입은 일본 해양보안청 순시선과의 해상충돌 가능성을 전제로 한 조치다. 사실상의 무력시위인 셈이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중국의 영토 주권을 심각히 침해한 것”이라며 “사태 발전을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상응하는 조치를 할 힘을 보존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 영토 주권을 지키려는 정부와 군대의 결심과 의지는 굳건해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만도 발끈했다. 대만은 이날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에 반발, 자국 대사에 해당하는 주일본 대표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대만은 일본과 공식 외교관계가 없기 때문에 도쿄에 주일본경제문화대표처를 두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이날 자위대 고위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회의에 참석,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을 추진 중이고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해 주변 해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데다 러시아가 극동 지역을 노리고 있어 일본을 둘러싼 안전보장 환경이 전례없이 불투명하다”며 “유사시에 대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경제문제로 번지나

중국이 경제분야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비관세 장벽을 통해 일본산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일본 기업의 중국 내 활동을 제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0년 중국 어선이 일본 해양순시선과 충돌했을 때도 첨단제품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로 일본의 ‘백기 투항’을 받아낸 전례가 있다.

중국 국민의 반일 감정 악화로 일본산 제품의 수요가 줄고 있다. 지난달 중국 내 한국산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0% 늘었다. 독일산과 미국산 자동차 판매대수도 26.5%와 19.9%씩 증가했다. 반면 올 상반기 평균 10%의 증가세를 이어가던 일본 자동차 판매는 지난달 2% 감소세로 돌아섰다. 업계 일각에선 “한국과 독일 미국 업체들이 중·일 영토 갈등의 반사이익을 봤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국에서도 도요타 닛산 등 일본 브랜드는 지난달 총 1589대가 팔려 작년 같은 때보다 12.3% 감소했다. 전체 수입차 판매는 작년 8월보다 16% 늘었다. 둥양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의 부회장은 “일본이 영토분쟁에서 양보하지 않는다면 양국 간 경제협력은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 자동차업체의 판매실적은 댜오위다오의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최진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