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배심원들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평결을 받은 삼성전자의 이미지가 애플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평결 이후 미국 시장에서 삼성전자 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정반대 결과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시넷(Cnet)은 10일(현지시간)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가 최근 애플을 추월했다고 보도했다.

이 업체는 18~34세 연령층 5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2주 동안 광고와 뉴스, 소문 등을 통해 어떤 회사의 브랜드를 많이 접했는지 물어보고 내용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판단해 -100점부터 100점까지 매기도록 하는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삼성전자 점수는 배심원 평결이 있었던 지난달 24일 26점이었지만 지난달 31일에는 12점까지 떨어졌다. 그 사이 애플은 33점에서 38점으로 올랐다. 하지만 이달 들어 삼성전자 이미지가 빠르게 개선돼 지난 6일 45점을 받아 애플을 앞질렀다. 애플은 현재 25점 수준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테드 마르질리 유고브 조사담당자는 “배심원 평결 이후 삼성전자 이미지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애플의 혁신적 이미지가 훼손됐고 사소한 것으로 경쟁사를 몰아붙인다는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최근 폴란드의 온라인 식료품 업체인 ‘A.pl’의 상표권을 취소해 달라고 폴란드 특허청에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포브스는 지난 6일 영국 미디어분석업체 미디어메저먼트에 의뢰해 애플과 삼성전자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애플에 대한 ‘비호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 세계인이 평결 이후 3일 동안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분석했다. 미 법원 배심원단의 평결 전에는 전체 글의 25%가 애플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평결 뒤 85%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는 “평결 뒤 애플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의 40%가 특허 소송에 관한 것이었지만 애플을 옹호하는 글은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