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별소비세를 깎아주면 수입차 값은 얼마나 내려가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가격이 낮아지긴 할 텐데….” 정부가 자동차 개별소비세율의 인하를 발표한 지난 10일, 수입차 업체 관계자들은 한결 같이 말꼬리를 흐렸다. “그동안 판매가격에서 개별소비세는 얼마였냐”고 물어도 “본사 정책상 밝힐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들이 대답을 회피하는 이유는 이렇다. 수입차는 해외에서 국내로 반입될 때 통관가격을 기준으로 개별소비세율이 매겨진다. 통관가격은 국산차의 공장도 가격(출고가)에 해당한다. 국산차의 출고가가 공개되는 것과는 달리 수입차 업체들은 통관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 수입원가가 고스란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수입사와 딜러의 핵심 ‘영업 기밀’인 마진 규모도 드러나게 된다. 통관가격을 모르기 때문에 정부의 세금 인하가 수입차 구매자에게 그대로 반영됐는지 검증할 수도 없다.

실제 대당 6680만원의 BMW 528i는 이번 개별소비세율 인하로 가격을 70만원 가량 내리지만, 6741만원의 현대차 에쿠스는 119만원 인하됐다. 똑같이 1.5%포인트 인하된 개별소비세율을 적용했는데 판매가격이 저렴한 에쿠스의 세금 인하 효과가 더 컸다. 결론은 둘 중 하나다. 528i의 통관가격이 에쿠스의 공장도 가격보다 낮거나, 아니면 BMW가 세금 인하분을 판매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전자라면 수입차 업체는 가격 거품 논란에 시달리게 되고, 후자라면 세제 혜택을 악용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

수입차는 한·EU 및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관세가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일부 수입차 브랜드들은 신차나 베스트셀링카, 일부 부품은 아예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산차 업계는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곧바로 차값 인하를 발표했지만, 국내 30개 가까운 수입차 브랜드 중 가격을 조정한 곳은 아직 3~4곳에 불과하다. 한국도요타는 이날 개별소비세 인하율을 반영한 가격을 서둘러 발표했지만 6580만원의 렉서스 GS350h의 가격은 70만원 내리는데 그쳤다. 세금 감면 혜택이 국내 산업과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하려면 제대로 관리 감독하고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수입차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전예진 산업부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