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0년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거액 자산가 등 개인투자자들도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고채 30년물이 처음 발행된 11일 증권사 지점별로 배정받은 물량이 모두 팔려 나가며 큰 인기를 끌었다. 금리도 이날 연 3.02%를 기록했다.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만기가 길수록 높아야 정상인데 20년물(연 3.05%)보다 아래로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의 풍부한 수요를 의식한 기관들이 공격적으로 물량 확보에 나선 결과다.

◆삼성증권서 1200억원어치 팔려

[30년 만기 국고채 발행 첫날] "저금리 시대에 제격" 강남 큰손들 몰려
증권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고액 자산가 대상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삼성증권에서는 이날 하루 동안에만 1200억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삼성증권은 정부에서 배정받은 30년짜리 국고채 총 2400억원 가운데 당초 리테일(소매) 판매분으로 1200억~1500억원가량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이날 하루 만에 목표치가 대부분 팔렸다.

이선욱 삼성증권 서울파이낸스센터 SNI센터장은 “지점별로 10억~70억원가량을 배정받았는데, 상당수 지점이 배정 물량을 모두 소화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 센터도 배정받은 20억원어치가 모두 팔렸으며, 고객들은 원하는 물량의 4분의 1에서 5분의 1정도밖에 투자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직 판매를 시작하지 않은 증권사 고객 가운데 수억원의 투자금을 들고 와서 줄을 선 경우도 있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압구정WMC팀장은 “2명의 고객이 3억원과 5억원어치를 투자하기 위해 물량 확보를 요청해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연 3.2% 안팎)보다 낮은 금리가 책정됐는데도 부자들이 이 상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금리 인하 추세를 감안해 자산가치 상승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 경제가 수년 내 일본처럼 초저금리 시대를 맞을 경우 보유 자산이 무이자 자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30년 국고채 인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 팀장은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돌입하면서 금리도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보는 고액 자산가들이 많다”며 “향후 1~2년 내에 매도해 투자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30년 만기를 꽉 채워 보유하려는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매달 4000억원 규모 발행

국고채 30년물은 이달부터 12월까지 매달 4000억원 규모로 발행된다. 인수단으로 선정된 삼성, 대우, 동양증권 등이 지점을 통한 개인 대상 판매 물량을 준비해 두고 있다. 판매 물량이 떨어졌다면 다음달 발행물 매수를 요청해둘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30년물의 경우 다른 만기 국고채에 비해 발행 규모가 적은 데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는 수급 불균형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채의 또 다른 매력은 차익실현 가능성과 절세 효과다. 채권은 매매 금리가 하락할 경우 이익을 보고 되팔 수 있는데, 만기가 길수록 손익 규모도 커진다. 매매차익에는 예금이나 채권 이자소득과 달리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금융소득이 많은 거액 자산가라면 수익률 계산시 장기채(만기 10년 이상) 분리과세 혜택도 빼놓을 수 없다.

■ 국고채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정부가 보증을 하기 때문에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원리금을 떼일 위험이 없다. 만기별로는 1년, 3년, 5년, 10년, 20년짜리가 있으며, 올해 처음으로 만기 30년짜리가 발행됐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대표적인 시장금리 중 하나다.

송종현/이태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