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차기 최고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행적이 오리무중이다. 이달 들어 계속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온갖 괴소문들이 쏟아진다. 심장병, 교통사고, 운동 중 부상에다 반대파의 테러설까지 나오는 판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권력이양이 과연 순조롭게 이뤄지겠느냐는 의문까지 제기된다. 홍콩 빈과일보등은 어제 “당 대회가 연기되고 리커창 부총리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를지 모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특정 세력이 테러했다거나 고의로 정치일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관측은 정황상 다소 무리가 따른다. 시 부주석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전격 취소한 다음날인 지난 6일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담을 위해 출국했다. 원자바오 총리도 지난 11일 톈진에서 개최된 하계 다보스포럼 개막식에 참석했다. 최고 권력층에서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면 국가주석과 총리가 베이징을 비운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부상설에 힘이 실린다. 홍콩의 친중국 신문인 명보는 어제 “시 부주석은 크지 않은 부상을 입었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시 부주석이 지금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중국 정부가 확인해주지 않는 한 알 길이 없다. 비밀주의는 중국권력을 특징짓는 요소 중 하나다. 사실 최고 지도자를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뽑는지조차도 알려진 게 없다. 심지어 경제성장률을 언론에 흘린 관리가 기밀누설죄로 징역을 살기도 하는 중국이다.

신화통신의 비보도부서에서 매일 작성하는 내참(內參)이라는 정보보고는 최고 권력층 9명만 볼 수 있는 자료가 있을 정도다. 정보를 통제하고 독점하면서 권력을 유지하는 게 중국 정치시스템의 근간이다. 중국의 이런 비밀주의는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던 공산혁명기에서나 쓰던 유산이다. 진작 사라졌어야 할 비밀주의가 시 부주석의 행적공개를 가로막으며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죽(竹)의 장막을 치고 있는 중국이다. G2라고 불러달라면서 중국은 왜 이런 ‘후진적 스타일’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