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붙는 개별소비세가 지난 11일부터 1.5%포인트 낮아졌으나 수입차 가격의 인하폭은 판매가격의 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업계는 인하된 개소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가격 발표를 늦춰 세금 감면분으로 이익을 챙긴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산차보다 70만원 덜 내려

한국경제신문이 12일 개소세 인하 후 각사의 자동차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국산차는 판매가격의 1.5~1.7%, 수입차는 0.8~1%가량 가격을 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비슷한 금액대의 차종을 비교하면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최대 70만원가량 가격을 덜 내린 셈이다.

자동차 판매가격은 공장도가(출고가)와 개소세, 교육세, 부가세로 구성된다. 개소세율이 인하되면 개소세와 교육세가 줄어 공장도가의 1.5% 이상 판매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11일부터 세금 감면분을 반영해 판매가격의 1.5~1.7%, 최대 260만원가량 가격을 인하했다.

현대차 에쿠스(6741만원)는 119만원, 쌍용차 체어맨W(6675만원)는 118만원 내렸다. 반면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는 70만~80만원 가격을 조정하는 데 그쳤다. BMW 528i(6680만원)는 70만원, 벤츠 E300(6880만원)과 아우디 A6(6780만원)는 80만원 내렸다.

중소형차도 마찬가지다. 한국GM 말리부(2953만원) 등 국산 중형차는 50만원가량 싸진 반면 도요타 캠리(3390만원), 시트로앵 DS3(3190만원)는 각각 40만원, 35만원 내려 10만원가량 차이를 보였다.

○수입차 값 ‘미스터리’

수입차는 차종별 가격 인하폭도 제각각이다. 아우디 Q3(5470만원)는 A6보다 판매가격이 1000만원 이상 낮지만 이번에 70만원을 내려 가격 인하폭은 1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개소세 인하분이 수입차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국산차는 공장도 가격이 정해져 있어 1.5%포인트의 인하율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지만 수입차는 차종별로 통관금액을 모르기 때문에 세금 인하분을 반영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편의상 10만원 단위로 판매가격의 끝자리 숫자를 할인하는 식으로 끼워맞추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수입차 업체들은 개별소비세 인하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수입원가 및 수입사와 딜러사의 마진이 노출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조정된 가격을 발표하지 않고 늑장대응으로 일관해 11일부터 출고 지연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한 소비자는 “국산차는 개소세 할인에 노후차 할인, 특별판촉 프로그램으로 한 대라도 더 팔려고 안달인데 잘팔리는 수입차는 배짱식 영업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산차 내수판매대수는 9만6648대로 2009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수입차는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만576대를 판매했다. 지난달 수입차의 월간 시장점유율은 10%를 돌파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수입차는 FTA로 인한 관세 인하에 개소세 인하까지 더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며 “내수 부양 정책이 가격 불투명성을 악용하는 수입차 업체에만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