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장기 공백이 세계 경제의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시 부주석이 열흘 넘게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자 시장에 온갖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권력교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 경제와 증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자취 감춘 시진핑…中 성장 저하 가능성

시 부주석은 지난 1일 베이징 중앙당교 가을 개교식 행사를 끝으로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10년 만에 중국 지도부의 권력교체가 이뤄질 18차 당 대회가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부상설, 과로설, 교통사고설에 이어 테러설까지 실종을 둘러싼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그의 상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안정적인 권력교체가 이뤄지지 못하면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투자증권 안기태 연구원은 "소문이 사실이라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며 "정치적 혼란이 있었던 1989년에 성장률이 4%까지 하락했다는 점을 미뤄보면 경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 경기는 7분기 연속 하강세다.

2분기 성장률 7.6%를 저점으로 상승 국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수출 부진에 내수경기마저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중국 경기의 저점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엄정명 수석연구원은 "지도부 교체에 따른 누수 현상이 나타나는 와중에 새 지도자에 이상이 생기면 경제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 운영되는 중국어 사이트인 보쉰(博迅)은 시 부주석이 오는 21일 제9회 중국-아세안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보쉰은 시 부주석이 20일 열리는 `17기 7중 전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18차 당 대회의 변수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한국 경제ㆍ증시에도 악영향 우려

시진핑의 공백으로 중국 경제 회복이 더뎌지면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시점에서 나온 악재여서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연구위원은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자의 공백은 중국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 추진력을 떨어뜨리고 사회 불안요인이 될 수도 있다"며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 요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엄 수석연구원은 "긴급한 시기에 중국 정부의 투자와 경제정책 집행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혼란이 생긴다"면서 "이는 중국 경제성장 둔화를 거쳐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는 국내 증시 불안요인으로도 꼽힌다.

중국 변수에 민감한 중국 관련주와 소재 업종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안기태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당분간 중국 경제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기업이 악영향이 예상되고 국내 증시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 이민구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높아서 시진핑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며 중국 관련주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진핑 부주석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면 국내 증시에는 제한적인 충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대신증권 성연주 연구원은 "차기 대표자가 바뀌어야 하는 상황까지 간다면 정치, 경제적 혼란이 오겠지만 시 부주석이 단순 부상의 상태라면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김다정 기자 double@yna.co.krdj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