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는 1ℓ들이 흰우유를 하루 30만개가량 생산한다. 이 시장의 4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2009년 7월 우유팩 상단에 제조일자를 표기한 덕에 브랜드 신뢰도가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하루 평균 800만개였던 우유 판매량이 제조일자 표기 후 900만개를 넘어 1000만개 선을 뚫기도 한 것. 업계에서는 이 제조일자 마케팅이 서울우유와 기타 우유로 우유시장 구도를 나눴다고 얘기한다. 질문이나 문제의 제시 방법에 따라 사람들의 판단 또는 선택이 달라진다는 ‘프레이밍 효과’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시장을 끌고가는 브랜드 전략은 모든 마케터들의 고민거리다. 막강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히트 상품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변화무쌍한 마음을 얻어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까.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와 《히트상품을 만드는 브랜드 트렌드 인브랜딩》은 그런 고민을 풀어줄 참고서다.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는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브랜드의 비밀을 추적한다. 저자는 “살아 있는 인간의 선택과 심리를 다루는 행동경제학의 틀로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인간은 감성적인 존재이며, 이기심과 이타심 사이에서 고민하고, 돈이 더 들더라도 공정무역 제품을 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브랜드를 소비자의 머릿속에 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망이론, 선호역전현상, 매몰비용효과, 공공재 게임 등 행동경제학 이론들을 통해 효과적으로 브랜드를 관리하고 확장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SK텔레콤, 마법천자문, 풀무원두부, 서울우유, 인텔 등 국내외의 다양한 브랜드 성공 사례와 생활 에피소드도 섞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해 이해를 돕는다.

《히트상품을 만드는 브랜딩 트렌드 인브랜딩》은 ‘핵심 스펙’의 브랜드화를 주문한다. 흔히 아는 기업 브랜드를 내세우기보다 완제품에 녹아 있는 차별화된 기술, 성분, 소재, 부품 등과 같은 핵심 스펙을 브랜드처럼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요소 브랜드’ 또는 ‘브랜드 속 브랜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2009년 새 햅틱폰에 채택한 디스플레이 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를 ‘아몰레드’라 부르며 마케팅한 게 좋은 사례다. 휴대폰 소재의 기술 용어를 붙인 뒤 에이엠오엘이디가 아닌 아몰레드로 브랜드화해 부름으로써 ‘언어’를 선점했다는 것.

저자들은 “삼성과 LG가 비슷한 시기에 AMOLED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기술 대 기술의 경쟁이 아니라 기술 대 브랜드의 경쟁이 된 상황에서는 LCD(액정표시장치) TV 때와는 싸움 구도가 달랐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인텔이 컴퓨터 선택 기준으로 자리잡았고, 디오스가 리니어 드라이브로 ‘무소음’이란 냉장고 선택 기준을 제시했다”며 “인브랜드 전략은 경쟁 구도를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 장기적이고 보유 가능한 자산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