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조례가 단체장에게 행정처분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어도 입지 조건이나 주변 상권에 대한 고려없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을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자체 조례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등을 일률적으로 제한해 단체장의 재량권을 침해하면 위법이라는 종래 판결에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수원지방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장준현)는 13일 이마트 롯데쇼핑 등 5개 대형마트가 지자체 조례로 정한 처분이 부당하다며 군포시를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운영하는 점포들 사이에도 대형마트인지 기업형 슈퍼마켓인지의 차이가 존재하고 영업 개시일, 영업장 면적, 전통상업보전구역과의 거리, 위치한 지역이 제각각”이라며 “군포시가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상 필요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침해되는 원고들의 영업상 자유침해 간에 충분한 이익형량(어느것이 더 중요한지 비교)을 했는지 의문시된다”고 밝혔다.

이어 “군포시 조례는 군포시장이 영업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지 않아 재량권을 침해하고 있지는 않다”며 “그러나 특별한 부가요건도 없이 대형마트 등에 대한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특정일에 의무휴업토록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군포시장의 재량을 박탈했다”고 덧붙였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정성을 확보했다는 것만으로는 공익과 사익 간, 원고들의 사익과 기존 시장상인 등 소상공인의 사익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군포시의 대형마트와 SSM 점포 12곳은 의무휴업일인 23일 정상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군포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가 5월27일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 어길시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공문을 보내자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수원=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