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항공우주업체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과 유럽 최대 방위업체인 영국 BAE시스템스가 합병을 추진한다. 두 회사가 합치면 미국 보잉을 제치고 매출 100조원이 넘는 세계 최대 항공·방위업체가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어버스의 모회사인 EADS와 BAE가 합병을 논의 중으로 1주일 이내 합의에 이를 전망이라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합병사의 지분은 EADS가 60%, BAE가 나머지 40%를 보유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매출 900억달러(약 101조원·작년 기준), 시가총액 490억달러(약 55조원)의 거대 항공방위업체가 탄생한다. 매출 기준으로 현재 최대 업체인 보잉(687억달러·약 78조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가이 앤더슨 IHS 방위산업부문 애널리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방위업체가 탄생할 것”이라며 “수년간 고전했던 유럽 방위산업을 끌어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들의 방위예산 삭감으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자 합병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략적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EADS는 BAE의 주력 시장인 미국 진출을 추진해왔다. 새로운 사업과 수익원을 찾으라는 주주들의 압력에 시달려온 BAE는 EADS의 주 무대인 유럽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항공우주와 방위 사업이 균형을 이루도록 조정하는 문제와 방위사업과 관련된 국가안보 문제, 반독점규제 등이 합병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합병이 성사되면 미국 보잉이 업계 2위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EADS와 BAE는 합병 추진 이전에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프로젝트 등을 함께 진행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