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을 가면 제주 자연의 속살을 볼 수 있죠.이 책에서 제주 문화의 깊이를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사진)는 13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창비) 7편인 제주편 발간에 맞춰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1993년 나온 1권부터 지난해 발간된 6권까지 모두 300만부 넘게 팔리며 인문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처음엔 자신 없었어요. 제주 얘기는 굉장히 어렵거든요. 하지만 제주 문인과 지인들이 ‘우리 얘기도 써달라’며 많은 도움을 주셨죠. 잡지에 연재했던 내용을 완전히 새로운 글로 고쳐 썼습니다.”

제주편은 제주도를 크게 다섯 곳으로 나눠 자연 풍경과 문화유산, 그에 얽힌 역사 속 뒷얘기를 풀어낸다. 제주 고유의 민속 문화를 중심으로 제주 사람의 체취를 담아낸 게 특징.

“제주에는 마을마다 본향당(本鄕堂)이 400곳 정도 있어요. 제주 사람들에겐 ‘영혼의 동사무소’ 같은 곳이죠. 남편이 바람핀 얘기처럼, 살면서 일어나는 변고를 몽땅 신고하는 거예요. 분수껏 보시를 올려야 하는데 여기에서 제주 특유의 기부 정신,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생겨났다고 봅니다.”

책은 제주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엮어낸 답사기인 동시에 유 교수 특유의 구수하고 걸쭉한 입담으로 들려주는 제주 민담에 해당한다. 직접 찍었다는 사진 한 장, 단어 하나마다 제주를 향한 유 교수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

“제주어가 20~30년 후에는 멸종될 거라고 해요. 그럴수록 제주어를 살려서 쓰는 것이 우리 문화를 지키는 한 가지 길이라고 봐요. 해녀는 2000명 정도 있는데 이분들이 자연 감소하면 끝이겠죠. 이들의 일상을 어떻게든 기록해둬야 민속자료로 살아남는 겁니다.”

유 교수는 다음 답사기로 독도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엔 충북과 경기 얘기를 써서 국내편은 끝내보려고 해요. 하이라이트는 독도입니다. 일본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잖아요. 그럼 그 논리를 공개하고 조목조목 반박하는 근거를 써야 한다고 봐요.”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