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파고' 직면한 朴의 승부수는?
대선을 90여일 앞두고 야권의 ‘카운터 파트’가 굳어지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이번주 대선 국면의 첫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이 대선 후보를 선출하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선언도 임박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야풍(野風)이 강하게 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지난주 ‘인혁당 발언’ 논란으로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졌다. ‘문재인-안철수’ 파도가 동시에 몰아치면 지지율이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 명절 민심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대선 가도의 향방을 결정할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 정책 제시로 일단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민주화 정책의 핵심은 재벌개혁, 청년 일자리, 서민주택 정책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벌개혁과 관련, 박 후보는 시장에서 재벌의 독식을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 수단으론 과거 몇 차례 언급했던 신규 순환출자 금지나 금산분리 강화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제한 구상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과거 정치인들이 강조하던 ‘일자리 몇 만개 창출’과 같은 방식에서 벗어나 시스템 차원에서 고용 창출 방안을 내놓는다는 복안이다.

서민 주택정책은 ‘하우스푸어’에 대한 지원책의 하나로 주택을 정부와 집주인이 공동 소유하는 방안을 박 후보가 직접 공약으로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가계부채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울 전망이다.

박 후보의 ‘역사인식’에 대한 교통정리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방을 돌며 서민들과의 스킨십 기회를 가지면서 이번주 중반께 박 후보가 5·16이나 유신 등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자연스럽고도 차분하게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런 기회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식 변화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선친 집권기에 대해 포괄적인 인식을 밝히는 결단으로 차제에 논란을 종결짓는다는 전략이다. 한 초선 의원은 “박 후보가 ‘박정희 시대’의 과(過)에 대한 입장을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미래 정치로 나아가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며 “추석에는 ‘박근혜가 할 만큼 했다’는 여론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가 이런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 당직자는 “입장 정리를 하면 야당이 또 반격하고, 결국 정치공방만 된다. 일일이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침묵 대응’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문재인 의원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문 후보가 스펙이 필요 없는 청년 취업,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 건설,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재벌 개혁, 골목 상권 보호 등을 통한 경제민주화 실현 등 박 후보가 이미 제시한 것과 같은 구상을 밝힌 데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박근혜) 핵심 인사는 문 후보를 “야권의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반쪽 후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