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하는 종목마다 주가가 떨어지는 이른바 `개미지옥'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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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가 주식시장의 `봉'으로 불린 것은 어제 오늘의 상황이 아니지만 변동성이 강한 장세가 이어지면서 피해가 극대화된 것으로 보인다.

개미들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은 외국인과 기관 등 전문 투자자에 비해 정보력과 자금력에서 절대적인 열세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주식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 등이 많이 사들인 종목은 대부분 주가가 올라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아울러 경기부진에 따라 주가하락이 불가피한데도 증권사들이 무조건 `매수'를 권유하는 보고서로 개인투자자들을 현혹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정보력·자금력·장기투자…개미의 '3無'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보다 수익이 부진한 까닭으로 정보력, 자금력, 장기전략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은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개인의 주된 정보원은 증권사 분석 리포트와 언론 보도이지만 모두에게 공개되는 정보인 만큼 부지런히 수집해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정보를 생산하고 분석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기업과의 접촉기회도 많다.

중앙대 경영학과 김동순 교수는 "기업설명회(IR)도 대부분 외국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면서 "이런 정보 비대칭 탓에 개인은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인은 자금력에서도 외국과 기관투자자에 밀린다.

외국인과 기관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모멘텀 트레이딩'을 통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락장에서도 '물타기' 등으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 이익 창출의 기회로 삼는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은 자금력이 부족한 만큼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세 가지 요인 중 자금력의 열세는 쉽게 해결할 수 없다.

투자전략 문제는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춘 `똑똑한 개미'들이 출현하면서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은 증권사에 휘둘리는 문제를 갖고 있다.

증권사들은 경기부진 상황에서도 `매도'나 `비중축소' 등의 투자의견을 내놓지 않는다.

개인들이 주식을 많이 매수해야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등과의 관계를 감안해 가능하면 `매수'의견을 유지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10개 종목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리포트 1천87건 가운데 959건(88.2%)이 `매수' 투자의견이었다.

`중립' 의견은 127건(11.7%)이었고, '투자의견 없음'(Not Rated)은 1건이었다.

매도 또는 비중감소 의견은 1건도 없었다.

하지만 이들 10개 종목 중 주가가 오른 경우는 전혀 없었다.

평균 수익률은 -18.15%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작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매수한 종목은 이와 전혀 달랐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30대 종목과 기관 순매수 상위 30대 종목에서 개인 순매수 상위 10대 종목과 겹치는 항목은 LG전자와 신한금융지주 2개 뿐이었다.

◇ '개미지옥' 생존법은
충분한 준비 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재테크를 통해 재산을 늘리려다 오히려 큰 손실을 입으면서 이른바 `큰 손'들의 배만 불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식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겠다면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우선 개인투자자는 정보 수집 뿐 아니라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 리포트에서 애널리스트가 제시하는 매도, 매수, 목표가 등의 투자의견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근거로 제시된 기업평가 내용을 분석해 스스로 투자방향을 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했다.

국내 증시가 외국 증시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글로벌 경기상황과 외국의 주요 경제 이벤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 14일 코스피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3차 양적완화(QE3) 효과에 힘입어 2,000선을 돌파했는데, 그동안 시장에서 QE3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음을 감안하면 연준의 발표 이후 국내증시 상승세는 예측 가능했었다.

투자자간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려면 현행 공시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진우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공시제도가 존재하는 주된 목적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 보호라는 점을 강조하며 "횡령·배임 등을 비롯해 시장에 떠도는 불확실한 정보를 적시에 입수해 수시로 공시할 수 있도록 당국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배영경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