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양적완화 정책 결정을 계기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원화 강세를 근거로 단순히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 경향이 강해져 ‘달러 약세-이머징마켓 통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면 원화 절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대부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고승희 SK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이후 국내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원화 강세는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가 추세적으로 절상될 경우 달러화를 국내에 투자하면 나중에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를 노린 외국인 자금도 상당액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봤을 때 원화 강세가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이사는 “계량적으로 확인해보면 수출주와 내수주가 환율에 반응해 외국인 투자가 달라지는 정도”라며 “단순히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원화 강세로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은행주 등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 절상은 금융시스템 안정화,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펀더멘털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원·달러 환율이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날 때 이익 모멘텀과 지수 등락률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낸 업종은 내구소비재 의류 제약 IT소프트웨어 유통 등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들 업종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이익 모멘텀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LG패션 한샘 위메이드 JCE 다음 컴투스 게임빌 NHN CJ오쇼핑 유한양행 등이 꼽혔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523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