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는 경제성장에 기여한 ‘수출역군’으로 주목받았다. 국내 상품을 해외 바이어에 소개하고 수출을 하는 ‘상사맨’의 역할을 했다. 수출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 경제를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LG상사가 하는 일은 기존 상사의 역할과는 다르다. LG상사는 전 세계를 무대로 석탄·석유·비철금속 등 자원개발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상사보다는 ‘자원·에너지 전문 기업’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자원개발 기업 변신

LG상사는 2000년대 이후 새로운 사업 분야로 자원개발을 선택했다. 지분투자로 확보한 소규모 해외자원과 배당이익에 만족하지 않았다. 선별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LG상사 관계자는 “자원개발 분야에서 석탄 석유 등을 확보하는 투자를 강화해 나가는 한편 리튬 등 비철금속 쪽의 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탄사업에서는 현재 연간 약 1000만t 규모의 물량을 취급해 국내 상사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LG상사는 향후 광산을 직접 운영하는 아시아 최대 석탄 트레이더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석유사업에서는 최근 투자를 완료한 칠레 광구 외에도 하루 1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오만 웨스트부카 유전과 베트남 11-2 광구, 카자흐스탄 광구 등을 운영하거나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종합상사 중 드물게 비철금속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도 LG상사다. 동과 아연 복합광산인 필리핀 라푸라푸 광산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세계 15위권의 초대형 광산인 미국의 로즈몬트 광산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 기업 최초로 해외 리튬 개발사업에 참여, 아르헨티나 살데비다 탐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LG상사가 자원개발 사업에 진출한 지역은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와 오세아니아,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 다양하다. 현재 21개의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생산단계에 있는 곳만 10개다. 개발단계에는 3개, 탐사 중인 곳은 8개다. 자원개발 사업의 이익 비중은 이미 LG상사 전체 이익의 절반이 넘어섰다. 석탄, 석유, 가스를 비롯해 동, 아연, 우라늄, 희귀금속 등 다양한 종류의 자원을 확보했다. 이 중 직접 운영하는 광구도 5개나 된다.

◆유연탄 쪽에 강점

LG상사가 특히 앞서 있는 분야는 유연탄광이다. 중국 완투고 호우 엔샴 등 총 6개를 운영해 연간 1000만t 규모의 물량을 확보했다. 지난 5월 인도네시아 동부 깔리만탄주에 위치한 유연탄광의 운영권을 얻었다. 깔리만탄 유연탄광은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넘는 106㎢ 규모의 노천광산이다. 매장량이 5억t에 달한다. 한국에서 1년간 사용하는 유연탄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내년에 시험생산을 시작해 연평균 1200만t, 최대 1400만t 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LG상사는 2007년 MPP 유연탄광의 운영권을 확보하면서 인도네시아 사업을 시작했다. 탐사 단계부터 참여해 탄광 개발과 유연탄 생산에 성공한 최초의 사례로 해외 자원개발의 길을 열었다. LG상사는 인도네시아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5년내 연간 유연탄 3000만t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아르헨티나 석유개발회사 지오파크가 칠레에 보유한 석유광구의 지분을 인수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칠레 석유광구를 확보했다. 펠 광구라 불리는 이 광구는 하루 9000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점차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트란퀼로 광구와 오트웨이 광구에서도 탐사를 진행 중이다. LG상사 관계자는 “향후 지오파크와 인근 지역의 광구 탐사를 지속해 중남미 지역의 석유개발 사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 중국 허베이, 네이멍 지방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광산 개발을 위한 타당성조사에 착수했다. 일부 광산은 석탄 화공분야로 사업을 연계할 계획이다. 허베이성 동쪽 해안 인근을 개발 후보지로 정하고 석탄야적장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G상사는 석탄 사업과 연계한 프로젝트에도 투자를 확대해 수익 기반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LG상사 관계자는 “기존 석탄사업의 성공 경험을 발판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며 “중국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광산개발을 비롯한 석탄 관련 사업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