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 기록을 경신하며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 품질 경쟁력이 높아지고 지속적 신차 출시를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인 덕분이다.

18일 현대·기아차와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8월 유럽에서 각각 2만6499대, 2만830대 등 총 4만7329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만5955대보다 3%(1374대)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의 판매량은 지난해 8월보다 3.3%(903대) 줄었으나 기아차가 12.3%(2277대) 늘어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같은 기간 유럽 자동차 판매량이 72만2483대로 전년 동기 대비 8.5%(6만6975대)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견실한 성장세다.

점유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대차 3.7%, 기아차 2.9%로 총 6.7%의 점유율이다. 현대·기아차가 유럽 시장에 진출한 후 가장 높다. 이전까지 가장 높은 점유율은 지난 6월에 기록한 6.3%였다. 1~8월 누적 점유율도 사상 처음으로 6.0% 고지를 밟았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침체기에 빠진 유럽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려나갈 수 있었던 이유로 지속적인 신차 출시와 유럽 전략형 모델의 판매호조를 꼽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해치백 i30와 중형 왜건 i40 등 i 시리즈가 유럽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기아차 역시 경차 모닝(현지명 피칸토)과 해치백 씨드 등을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해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판매량이 늘어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가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연합의 ‘빅3’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도 점유율 상승에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신정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현대차가 올초 독일과 프랑스 현지 딜러를 인수하고 영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판매망을 재정비한 것이 주효했다”며 “가격 대비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현대·기아차로 눈을 돌린 것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i30 3도어를 추가하는 등 지속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폭스바겐과 피아트, 푸조 등 유럽 업체들과 경쟁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대부분 자동차 업체들은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푸조-시트로앵 그룹(PSA그룹)의 판매량은 지난해 8월 9만3006대에서 지난달 8만1562대로 1만대 이상 감소했다. 르노 역시 지난달 6만1749를 판매해 전년 동기(7만940대)보다 13.0%(9191대) 줄었다. 포드는 판매량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달 6만861대에서 지난달 4만3401대로 28.7%(1만7460대) 떨어졌다. BMW 역시 판매량이 6000대가량 감소한 4만2894대를 기록하며 경기침체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유럽의 맹주인 폭스바겐은 전년 동기 대비 1.6%(3225대) 늘어난 20만4034대를 판매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