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시대…국내 기술, 선진국 20%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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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문가 부족 심각…원천 기술 확보 어려워 해외 전문가 초청해 연구
태양광에 집중하던 정부, 에너지 R&D 전략 수정
태양광에 집중하던 정부, 에너지 R&D 전략 수정
서울 광진구 세종대 영실관 506호 에너지자원공학과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곳곳에서 실험하는 외국인 연구원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17명 정도의 연구자 중 3분의 2 이상인 12명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출신이다. 이곳은 자원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셰일가스 채취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곳. 우리에게 부족한 현장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유전 등 자원탐사 분야에서 2년 이상 실무 경험을 갖춘 해외 인력들을 초청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배위섭 세종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석유, 석탄과 달리 셰일가스는 한국 같은 후발 주자가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기초기술, 인력 확보 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셰일가스 개발 바람
세종대 연구팀은 지난해부터 서울대,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과 공동으로 ‘셰일 및 치밀가스전 기술개발’을 시작했다. 셰일가스란 지표 2~4㎞ 아래 셰일암에서 채굴되는 가스를 말한다. 셰일층 위의 딱딱한 암석에 갇혀 있어 그동한 사용이 제한됐지만 채굴 기술이 발달하면서 활용가치가 높아진 자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초 연두교서에서 ‘셰일가스 황금시대’를 선언하는 등 미국에서는 이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화학산업까지 석유 기반에서 가스로 전환하는 셰일혁명 바람이 불고 있다.
셰일가스를 채굴하려면 수직으로 시추하던 유전 분야와 달리 지하로 내려보낸 파이프를 다시 수평 방향으로 수㎞까지 보내는 수평시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셰일암에 미세한 틈을 만들어 가스를 얻는 수압파쇄 기술도 필요하다. 정태문 세종대 에너지자원공학과 박사는 “암석 곳곳에 골고루 균열을 만들고 가스를 오래 채취할 수 있도록 이 틈을 유지하는 게 수압파쇄의 핵심 기술”이라며 “물과 모래, 화학물질 등을 적절한 비중으로 조합해 고압으로 보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에너지 R&D 전략 다시 짠다
셰일가스는 화석 연료의 사용 기회를 늘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을 파급력도 갖고 있다. 기존 석유 원료인 나프타 대신 저렴한 셰일가스를 이용해 각종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침체에 빠졌던 미국 화학업체들이 다시 중흥기를 맞고 있다. 가스의 메탄 성분에서 초정밀 화학제품을 만드는 공정 기술을 비롯 소형 가스발전 터빈 설계·제작 등 다양한 원천기술이 ‘셰일가스 시대’의 기술패권을 가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셰일가스 활용 기술 수준은 열악하다. 정부의 셰일가스 태스크포스(TF)는 최근 국내 기술 수준이 선진국 대비 20%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선진국의 채굴 기술을 따라가는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됐고 석유화학 분야 등은 개발조차 못하고 있다. 대학 환경은 더 초라하다. 외환위기 때 자원개발과 관련된 광산학과들이 폐지되면서 그간 전문인력을 양성할 기관이 전무했다. 지식경제부 지원으로 2009년부터 전국 10여곳의 대학에 에너지자원공학과가 다시 만들어졌지만 최고참 학생이 3학년인 게 고작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해온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을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배영찬 국과위 자문관은 “셰일가스가 새로운 에너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을 감안해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셰일·치밀가스
shale gas. 진흙으로 이뤄진 퇴적암층(셰일층)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다. 미국 중국 중동 러시아 등에 약 187조4000억㎥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가 향후 59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치밀가스는 셰일층 위의 저류지층에 매장된 가스를 말한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배위섭 세종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석유, 석탄과 달리 셰일가스는 한국 같은 후발 주자가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기초기술, 인력 확보 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셰일가스 개발 바람
세종대 연구팀은 지난해부터 서울대,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과 공동으로 ‘셰일 및 치밀가스전 기술개발’을 시작했다. 셰일가스란 지표 2~4㎞ 아래 셰일암에서 채굴되는 가스를 말한다. 셰일층 위의 딱딱한 암석에 갇혀 있어 그동한 사용이 제한됐지만 채굴 기술이 발달하면서 활용가치가 높아진 자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초 연두교서에서 ‘셰일가스 황금시대’를 선언하는 등 미국에서는 이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화학산업까지 석유 기반에서 가스로 전환하는 셰일혁명 바람이 불고 있다.
셰일가스를 채굴하려면 수직으로 시추하던 유전 분야와 달리 지하로 내려보낸 파이프를 다시 수평 방향으로 수㎞까지 보내는 수평시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셰일암에 미세한 틈을 만들어 가스를 얻는 수압파쇄 기술도 필요하다. 정태문 세종대 에너지자원공학과 박사는 “암석 곳곳에 골고루 균열을 만들고 가스를 오래 채취할 수 있도록 이 틈을 유지하는 게 수압파쇄의 핵심 기술”이라며 “물과 모래, 화학물질 등을 적절한 비중으로 조합해 고압으로 보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에너지 R&D 전략 다시 짠다
셰일가스는 화석 연료의 사용 기회를 늘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을 파급력도 갖고 있다. 기존 석유 원료인 나프타 대신 저렴한 셰일가스를 이용해 각종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침체에 빠졌던 미국 화학업체들이 다시 중흥기를 맞고 있다. 가스의 메탄 성분에서 초정밀 화학제품을 만드는 공정 기술을 비롯 소형 가스발전 터빈 설계·제작 등 다양한 원천기술이 ‘셰일가스 시대’의 기술패권을 가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셰일가스 활용 기술 수준은 열악하다. 정부의 셰일가스 태스크포스(TF)는 최근 국내 기술 수준이 선진국 대비 20%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선진국의 채굴 기술을 따라가는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됐고 석유화학 분야 등은 개발조차 못하고 있다. 대학 환경은 더 초라하다. 외환위기 때 자원개발과 관련된 광산학과들이 폐지되면서 그간 전문인력을 양성할 기관이 전무했다. 지식경제부 지원으로 2009년부터 전국 10여곳의 대학에 에너지자원공학과가 다시 만들어졌지만 최고참 학생이 3학년인 게 고작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해온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을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배영찬 국과위 자문관은 “셰일가스가 새로운 에너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을 감안해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셰일·치밀가스
shale gas. 진흙으로 이뤄진 퇴적암층(셰일층)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다. 미국 중국 중동 러시아 등에 약 187조4000억㎥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가 향후 59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치밀가스는 셰일층 위의 저류지층에 매장된 가스를 말한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