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경제민주화, 따뜻한 느낌 주지만 사실은 비논리적 단어"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코리아 비전 컨퍼런스 2012 인터뷰 (1) - '노벨경제학상 수상 후보 1순위' 폴 로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창업은 공동체 번영의 핵심…中 선전시 발전도 창업 장려한 결과
    사람·지식 투자에 성공한 나라가 경제성장 이루고 부유해질 수 있어
    금융은 위험 측면서 원자력과 비슷…환경 변화따라 규제도 유연해져야
    “한국에서 정책 지향성이 다른 보수와 진보가 똑같이 ‘경제민주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정치인들이 이 용어를 상당히 비논리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폴 로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57)는 오는 26일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리는 ‘코리아 비전 컨퍼런스(Korea Vision Conference) 2012’ 참석에 앞서 이메일 인터뷰를 갖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노력하는 사람들과 동등한 수준의 물질적 풍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에 엄습하고 있는 불황과 관련,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로머 교수는 “공동체를 개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일으켜 기존 조직·사회·경제 시스템과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1980년대 ‘기술혁신은 경제주체들이 노력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수학적으로 입증한 후 스스로 주창했던 ‘내생적 경제성장론’이 있다. 그에게 경쟁력의 요체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웨트웨어(wetware)’, 즉 사람과 지식이다.

    ▶유럽 재정위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유로화를 도입한 뒤 유로존에는 경제적인 붐이 일었다. 특히 남유럽에서 임금과 물가가 너무 빨리 상승했다. 그 결과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서비스가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유로존이 재정 통합을 이룰 것으로 보는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혹여 재정 통합을 이뤄서 돈을 어떻게 거둬들이고(세금) 어떻게 쓸지(지출)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개혁이다. 재정 통합만으로는 꼭 필요한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남유럽의 부패를 줄이고 법이 더 강력히 지켜지도록 하는 것 등이다.”

    ▶그리스는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수출을 늘리고 실업률을 낮춰야 한다.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 세금을 거둬서 나눠 쓰는 문제보다 더 시급하다. 지금 그리스의 임금은 너무 높다. 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리스의 수출이 늘어나기 어려운 요인들이다.”

    ▶요즘 경제위기 여파로 정책당국자들의 고민이 많다. 국가와 기업이 다시 성장가도에 올라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술 진보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흔히 하드웨어에 집중한다. 하지만 내가 ‘웨트웨어’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은 인간 뇌에 있는 축축한 ‘신경 조직’이 가장 중요한 기술 진보의 원천이라는 점을 환기하기 위한 것이다. 웨트웨어에 성공적으로 투자하는 나라가 경제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고, 모두가 부유해질 수 있다.”

    ▶웨트웨어에 성공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반드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파는 기업을 갖고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의 기술을 사서 잘 활용하면 된다. 한국이 자동차를 만들게 된 것이 처음부터 관련 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지 않나. 제약회사나 발전소를 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술과 기업을 운영할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평소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그래야 경쟁과 혁신이 일어나고 일자리가 생긴다. 중국의 덩샤오핑은 개방정책을 취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어느 기업에서 일할지 스스로 선택하도록 했다. 동시에 그는 중국 남부에 특별구역을 만들어 창업을 유도했다. 그렇게 해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도시가 선전이다. ”

    ▶북한 개혁도 같은 방식으로 가능하리라 보는가.

    “북한도 마찬가지다. 특별구역을 만들어 창업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만 북한 정부에 대한 불신은 다른 문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위기를 낭비하면 안 된다’는 발언을 했는데.

    “금융위기는 ‘특정 분야에서 강한(strong but narrow)’ 정부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금융 부문과 관련해서는 법적·제도적으로 잘 정비된 규제를 만들고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 금융은 원자력과 비슷하다. 사회에 큰 가치를 제공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금융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실제 좀 더 유연한 금융 규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본다.”

    ▶한국에선 ‘경제민주화’가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의견을 듣고 싶다.

    “경제에 관해 말할 때 중요한 것은 단어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늘 그 반대다. ‘느낌’은 있는데 논리적이지는 않은 단어들을 사용한다. ‘경제민주화’가 정확히 그런 종류의 단어다. 뭔가 따뜻하고 위안을 주는 말 같은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처럼 서로 다른 정책을 갖고 있는 정당들이 똑같은 슬로건(경제민주화)을 내걸 수 있는 것이다.”

    ▶대개 경제민주화와 병행하는 단어들이 ‘공정’이나 ‘정의’ 같은 것들인데.

    “대선 주자들이 이야기하는 경제민주화가 ‘동등한 기회’를 말하는 것이라면 기회의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결과의 평등을 지향해선 안 된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노력하는 사람들과 동등한 수준의 물질적 풍요를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다주택자 매물만 '갭투자' 허용에…1주택자 역차별 지적도

      정부가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무주택자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를 허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실거주 의무를 한시적으로 유예해 거래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보유한 물량에 대해선 갭투자가 가능한 반면 1주택자의 매물은 불가능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출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무주택자가 강남 등 상급지 매물을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난 12일 정부가 발표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및 보완 추진’에 따라 무주택자는 다주택자가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매수하더라도, 해당 주택에 거주 중인 세입자의 전세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실거주하지 않아도 된다. 원칙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매수하면 4개월 이내 입주해야 하지만, 다주택자 보유 물량에 한해 예외를 둔 것이다.이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도 무주택자의 한시적 갭투자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주택자는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승계해 매입할 수 있고, 다만 전세계약 종료 시점에는 실거주해야 한다.정부는 임대 중인 주택의 거래를 원활히 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주택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주택자는 다주택자 매도 물량은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할 수 있지만, 1주택자 물량에는 같은 예외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도에 예외를 두되 적용 대상을 무주택자로 한정해 이들에게 주택 마련 기

    2. 2

      SSM 줄어드는데 홀로 50개 더 출점한 GS더프레시 "1위 굳힌다"

      GS리테일이 지난해 기업형슈퍼마켓(SSM)을 50개 이상 늘리며 SSM 업계 '1위 굳히기'에 나섰다. 경쟁사들이 SSM 산업의 침체로 점포 수를 줄이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소규모 점포를 확대하고 가맹점 운영을 강화한 게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 SSM 브랜드인 GS더프레시의 작년 말 매장 수는 전년대비 54개가 늘어난 585개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롯데슈퍼는 14개,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13개가 각각 감소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1개가 늘어난 데 그쳤다. 매장 수가 늘면서 GS더프레시의 매출도 증가했다. 지난해 GS더프레시의 매출은 1조7425억원으로 전년대비 8.3% 늘었다. 반면 다른 SSM들은 점포 수가 줄며 매출이 정체 또는 감소세다. 롯데슈퍼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5.4% 줄어 1조2261억원에 그쳤다. 상세 실적을 발표하지 않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도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이마트에브리데이의 작년 매출은 이마트와 합병 전인 2023년(1조4073억원)과 비슷한 1조4462억원이었다. 매장 수를 늘려 SSM 업계 1위를 공고히 하고 '규모의 경제'도 고도화한다는 게 GS리테일의 전략이다. 이마트, 롯데, 홈플러스 등의 경쟁사들이 매장 수를 줄여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한 것과 정반대다. 이러한 급격한 매장 확장 뒤엔 가맹점 중심의 매장 운영 방식이 있다. GS리테일은 2020년부터 SSM 사업을 가맹점 위주로 전환하고 점주를 모집해 편의점처럼 물건만 공급하는 형태로 바꿨다. 매장의 크기도 줄여 650㎡(약 200평) 이상의 중대형 매장보다 100~300㎡ 수준의 '미니슈퍼'를 중심으로 열고 있다. 직영점도 지속해서 줄여나가는 추세다. 지난해 G

    3. 3

      어펄마, 스마트스코어에 1100억 투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이 골프장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 스마트스코어에 1100억원을 투자한다. 전환사채(CB)에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향후 CB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어펄마는 스마트스코어의 최대주주에 오른다.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펄마캐피탈은 스마트스코어가 발행하는 1100억원 규모의 CB를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현재 스마트스코어의 최대주주는 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다. VIG파트너스가 지분 22%를 보유 중이고, 스마트스코어 창업자인 정성훈 회장이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어펄마가 CB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지분율은 40%에 달한다. VIG파트너스와 정 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13%와 12%로 희석된다. 이번 거래를 사실상 경영권 인수 거래로 보는 이유다.다만 보통주 전환 전까지 이사회 구성과 회사 경영은 VIG파트너스와 정 회장이 맡는다. 대신 어펄마는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주요 경영상 결정에 대해 강력한 동의권과 비토권 등을 확보했다.스마트스코어는 골프 카트에 설치한 태블릿PC를 기반으로 골프장 관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골프장에서 수수료를 받는 게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다. 동남아 등 해외에서는 골프장도 운영한다.다만 골프산업이 침체에 빠지며 최근 실적이 부진하다. 2024년엔 매출 2532억원을 거뒀지만 61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종속회사인 골프용품 제조업체 마제스티골프의 실적이 악화한 것도 스마트스코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어펄마는 마제스티골프와 스마트스코어와의 회계적 관계를 절연하는 조건으로 이번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박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