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생체 분자인 DNA를 이용해 초소형 반도체를 제작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KAIST는 박현규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사진) 연구팀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18일 밝혔다.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에는 현재 실리콘 소재가 사용되고 있지만 더 작고 소비량이 적은 제품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의 기본 소자인 트랜지스터를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크기로 만드는 공정기술을 개발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연구팀은 굵기가 2㎚인 생체 DNA 물질을 이용해 복잡한 연산을 처리하는 반도체의 논리게이트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DNA는 네 종류의 염기인 아데닌(adenine), 시토신(cytosine), 구아닌(guanin), 티민(thymine)으로 구성되는데 아데닌은 시토신과, 구아닌은 티민과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이적 결합을 이용해 나선형 고리모양의 DNA가 열리거나 닫힐 때마다 형광 신호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반도체가 전자의 흐름에 따라 0과 1 신호를 구분하듯 형광 발현 여부에 따라 신호를 구분할 수 있게 한 것.

2나노 크기의 DNA 물질로 반도체를 개발하면 우표 크기의 메모리 반도체에 고화질 영화 1만편을 저장하는 등 현재 20나노급 반도체보다 약 100배의 용량을 담을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 분야 학술지인 ‘스몰(Small)’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