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회견장에 나타났다. 그는 회견장 앞쪽 지정석에 소설가 조정래 씨 옆자리에 앉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그가 안 캠프에 공식 합류한 것이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역대 정권에서 ‘위기 해결사’역을 맡았던 그가 안철수 캠프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주목된다.

안 캠프 관계자는 “이 전 부총리는 전면에 나서 공약을 짜는 등의 실무적 역할을 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간의 경륜을 바탕으로 젊은 나이의 안 후보에게 조언하는 정신적 후견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전 부총리가 경제전문가라는 점에서 안 캠프의 정책공약을 사실상 총괄 지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많다.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같은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

이 전 부총리가 안 캠프에 합류한 배경도 관심거리다. ‘이헌재 사단’으로 불리는 이 전 부총리의 한 측근은 “이 전 부총리는 벤처붐이 불던 2000년 김대중 정부의 재정경제부 장관 시절 안 후보와 정부 회의 등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고, 최근에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며 “두 사람이 뭔가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부총리는 우리 사회에서 ‘안철수 현상’은 불가항력적인 기류로 이젠 젊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게 지론”이라며 “그런 점에서 안 후보와 뜻을 같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측근은 “이 전 부총리는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호가 물 흐르듯이 살겠다는 여천(如川)이기 때문에 예단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금융감독위원장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았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에선 외환위기 직후, 노무현 정부에선 카드사태 직후여서 ‘위기 해결사’ 역할을 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