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신사업에서 성공하는 것이 어렵다’는 통설을 무색하게 만드는 기업이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 기업 아마존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은 디지털 콘텐츠, 클라우드 서비스, 디지털 디바이스 등 본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사업 영역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아마존이 새로운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비결은 핵심 자산을 활용한 ‘레버리지(지렛대)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확보한 고객 기반과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자 상거래 솔루션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개척했다. 전자 상거래 솔루션이란 온라인 쇼핑몰에 필요한 웹 기반과 물류시설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아마존은 1990년대 말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1개에서 7개로 늘렸다. 물류 인프라 투자는 훗날 아마존이 전자 상거래 솔루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물류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소규모 판매자들은 아마존이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를 이용했다. 다른 기업이나 개인이 아마존 웹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한 것도 성공적이었다. 외부 판매자가 가세하면서 아마존이 판매하는 품목은 더욱 다양해졌고, 매출도 증가했다.

아마존의 정보기술(IT) 인프라 운영 기술과 상품 데이터베이스(DB)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의 바탕이 됐다. 아마존은 2000년 제휴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상품 DB와 서버를 외부에 공개했다. 이후 아마존 서버를 이용하려는 외부 컴퓨팅 수요가 급증했다. 아마존은 2006년 회사 서버를 외부에 임대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고, 오늘날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몰의 브랜드 파워와 고객층을 바탕으로 전자책(e-북) 등 디지털 콘텐츠 부문까지 진출했다. 아마존은 세계적인 출판사 펭귄그룹으로부터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판권을 사들이는 등 이 부문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2010년 문을 연 아마존 스튜디오는 시나리오를 공모해 TV 프로그램 4편을 직접 제작, 판매했다.

방대한 고객 기반과 디지털 콘텐츠까지 갖춘 아마존은 디지털 디바이스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아마존은 2007년 e북 기기 ‘킨들’로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지난해 태블릿 PC ‘킨들 파이어’를 내놓았다. 킨들 파이어는 아마존의 클라우드를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저장하고 다운받을 수 있는 등 아마존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최적화돼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미래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를 묻지 않고, 어떤 것이 변하지 않을지를 묻는다”고 말했다. 이 말에는 아마존의 사업 확장 전략이 담겨 있다. 고객 기반과 IT 운영능력 등 시간이 지나도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경쟁력을 높인 뒤 이를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기업의 핵심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신사업 성공 확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김지환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ihwanjh.kim@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