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세 물납으로 받은 주식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는 것은 주식 가치 평가부터 시장 분석, 매도시점 결정 등에 이르기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주식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획재정부로부터 관리를 위탁받는 자산관리공사에는 물납주식 매도에 대한 관리규정이 아예 없다. 자산관리공사 국유증권실 직원 8명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매도 시점을 결정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상황이나 매각대상의 특성에 맞는 매도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주가가 일정 수준 하락하면 ‘손절매’를 통해 손실을 줄이는 것이 필요한데도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재정부는 2008년 4월7일 KISCO홀딩스로부터 증여세 명목으로 당시 비상장회사였던 한국철강 주식 62만6224주를 받았다. 1주당 가격은 10만306원으로 평가금액은 약 628억원에 달했다. KISCO홀딩스의 회사분할과 한국철강의 상장으로 현재(19일) 재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KISCO홀딩스와 한국철강 주식은 각각 14만5569주, 48만626주다. 하지만 두 회사의 시장가격을 합치면 약 210억원에 불과하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4년5개월 만에 418억원의 세금이 사라진 셈이다.

롯데관광개발도 마찬가지다. 자산관리공사가 재정부로부터 롯데관광개발 주식 185만5000주를 위탁받은 것은 2011년 9월27일. 당시 시장 가격은 291억2350만원. 그런데 현재 시장가격은 236억5125만원이다.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하락하는 사이에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비상장사 주식의 경우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물납이 이뤄지기도 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비상장사 주식의 경우 정부가 매긴 가격과 시장 가격 사이의 괴리로 물납 시점부터 이미 손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환금성이 약한 탓에 몇 차례 유찰을 거쳐 원래 납세자 친인척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되파는 경우도 많다. 상속·증여로 냈던 세금을 다시 돌려받는 꼴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물납 비상장 주식을 본인이 저가에 다시 사들인 비율이 2008년 13.0%였지만 2009년 18.5%로 올랐고 작년에 28.4%로 치솟았다.

정부는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2011년 4월 이후 물납자 본인이 해당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만 납부자의 친족 등 특수관계자가 되사들이는 것은 막을 길이 없다.

전문가들은 물납 주식의 운용 및 손절매 규정뿐 아니라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장주식의 경우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자산관리공사에 맡기기보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운용위원회’를 만들어 보다 전문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투명한 운용을 위해 운용 결과를 공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임원기/황정수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