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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가지 없는 알뜰주유소…출발부터 '알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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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드 - 경찰팀 리포트

    (1) 대리점 공급가보다 비싼 석유공사 기름
    (2) 주유소들은 계약 의무 이행 안해
    (3) 현금 없인 기름 공급도 못 받아
    (4) 정부가 약속했던 인센티브 지지부진

    “석유공사가 대리점보다 싸게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우리 역시 (정유사에서 공급받는) 대리점격인데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석유공사 관계자)

    지난 17일 오후 경기 안양시 한국석유공사 2층 회의실. 수도권에서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사장 30여명과 석유공사 직원들이 올 1월 알뜰주유소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10일 서울시 1호 알뜰주유소인 형제주유소가 영업을 중단하자 부랴부랴 지식경제부와 석유공사가 운영자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석유공사에서 공급받는 제품의 단가가 높아 우리도 소비자에게 다른 주유소보다 싸게 팔 수 없다. (정부만 믿고)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것을 후회한다.” 4시간 동안 열린 간담회 내내 알뜰주유소 사장들은 쉴 새 없이 정부의 약속 불이행 등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한 참석자는 “대리점보다 석유공사의 공급가가 ℓ당 30원까지 높아 석유공사에서 기름을 사면 손해”라고 소리를 높였다.

    기름값을 잡겠다고 정부가 야심차게 시작한 알뜰주유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값이 대리점에서 받는 공급가보다 비싸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곳이 많다. 대리점은 정유사에서 기름을 대량으로 구입, 알뜰주유소나 일반 주유소에 값싸게 공급하는 중간 도매상이다. 계약상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 제품 50%, 정유사나 대리점 제품 50%를 사서 팔아야 한다. 일반주유소는 대리점과 정유사에서 기름을 공급받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알뜰주유소가 대리점보다 석유공사에서 비싸게 구매할 경우 일반 주유소보다 가격을 더 낮추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때 드는 시설개선자금(서울 5000만원)을 개점 2개월이 지났지만 지원받지 못한 주유소도 있다. 제휴카드사가 적어 할인 혜택이 거의 없고 기름을 넣을 때 무료세차나 휴지, 물 제공 등 일반 주유소에서 하는 서비스도 없어 고객들은 일반 주유소로 차를 돌리고 있다. 정부가 ℓ당 100원 이상 싼 기름을 제공하는 알뜰주유소를 세워 인위적으로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시도 자체가 시장경제 논리를 무시한 탁상행정이란 당초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①기름 싸게 제공 못 받고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이 17일 서울 지역 7곳(총 8개 가운데 17일 문을 연 매직아쿠아주유소 제외)의 알뜰주유소 가격을 모두 확인한 결과 알뜰주유소 반경 3㎞ 안에서 가장 저렴한 기름을 제공하는 주유소는 능동의 평안주유소 단 1곳에 불과했다. 21일에도 보문동 중앙알뜰주유소의 휘발유값은 반경 3㎞ 안에 있는 42개 주유소 가운데 12번째로 저렴했다. 차로 2~3분 거리에 있는 에쓰오일 신방주유소보다 40원, SK의 개나리주유소보다는 34원 비쌌다.

    석유공사에서 물량을 공급받는데도 일반 주유소보다 ℓ당 5원에서 많게는 40원가량 비싼 건 왜일까.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서울의 한 주유소 기름 공급가 장부에서 그 비밀이 드러났다. 정부의 주장과 달리 애초 석유공사에서 공급하는 가격은 싸지 않았다. 서울의 한 알뜰주유소가 13일 기준 대리점에서 받은 공급가는 휘발유 1880원, 경유 1750원. 그러나 석유공사는 같은 제품을 각각 1912원과 1786원에 공급했다. 1주일이 지난 21일에도 대리점 공급가는 휘발유 1873원, 경유 1700원이지만 석유공사는 각각 1885원과 1738원으로 여전히 비쌌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를 정유사들의 시장논리로 설명했다. 정유사들이 대리점이나 브랜드 주유소의 반발을 우려해 알뜰주유소에만 특별히 싼 제품을 공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②석유공사서 비싼 기름 안 사고

    이 같은 양상에 대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우리가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이 대리점 가격보다 높을 때도 낮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소매시장의 여건에 따라, 주유소 사업자들의 구매전략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석유공사와의 거래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혜택이 사라지자 대부분의 알뜰주유소 운영자는 판매 분량의 50%를 석유공사에서 사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취재 결과 석유공사 제품이 비싸 상당수 운영자들이 의무사항을 지 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22일 영업을 개시한 북가좌동 유풍알뜰주유소는 이제까지 하루치 판매 분량인 2만ℓ의 기름만 석유공사에서 구입했다. 이 주유소 손석원 사장은 “석유공사도 자신들이 기름을 비싸게 파는 것을 아는지 계약 사항을 이행하라는 전화나 독촉도 없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독촉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했지만 21일 서울 시내에서 이 같은 공문을 받은 주유소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공사에서 제품을 공급받지 않는다면 무폴주유소와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폴주유소란 브랜드 없이 그때그때 가장 싸게 공급하는 정유사나 대리점의 기름을 판매하는 곳을 말한다.

    ③외상 거래 안 돼 1주일 문닫고

    정부는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때 △소득세와 법인세 등 일시 감면 △알뜰 전환 사업자에 대한 매입·임차 비용 지원 △외상거래 지원 △시설개선자금 지원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 운영자들은 “정부가 약속한 인센티브는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의 한 주유소는 브랜드주유소에서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뒤 1주일 이상 주유소 문을 닫았다. 임차 사업자는 알뜰주유소로 전환한뒤 기름을 살 때마다 외상거래 없이 꼬박꼬박 돈을 내야 하는데 현금 부족으로 기름을 사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랜드주유소로 영업할 땐 정유사와 수억원의 외상거래도 가능했다. 현금이 생기면 정산하는 식이었다. 해당 주유소 관계자는 “석유공사 논리대로라면 한 달에 수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더 이상 문을 닫고 있을 수 없어 해당 주유소는 정부가 약속한 운전자금 보증을 신용보증기금에 요청했다. 하지만 “석유공사나 지경부에서 보증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완료되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뿐만 아니다. 개점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한국석유관리원에서 지급하기로 한 알뜰주유소 전환에 따른 리모델링비용인 시설개선자금도 아직 받지 못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기관도 아닌데 우리가 신용보증기금에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없다”고 답했다. 알뜰주유소 홍보에만 열을 올릴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부처 간 협조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④높은 공급가에 혜택은 제로

    정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당초 약속했던 각종 인센티브제도가 겉돌고 석유공사의 공급가도 높다는 걸 인정했다. 예산을 늘리고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정유사를 한 곳 더 늘려 문제점을 고쳐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알뜰주유소 사장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금은 예산이 충분치 않으니 앞으로 예산을 확충해 혜택을 늘리고, 삼성토탈이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본격 공급하는 10월 말에는 석유공사의 공급단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 사장들은 정부가 급조해 내놓는 대책에 시큰둥한 반응 일색이었다. 지난 4월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교현주유소의 지봉규 사장은 “이번 정권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긴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염려하는 사장들이 많다”고 전했다.

    소관부처인 지경부는 특정 지역, 특정 주유소에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역전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알뜰주유소 기름값은 브랜드주유소보다 평균적으로 ℓ당 40~50원 싸다고 주장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주말과 월말에 각각 판매 목표치에 미달하는 기름 물량을 밀어내는 등 정유사 정책에 따라 잠시 가격이 뒤집힐수도 있다”며 “알뜰주유소에는 계약에 근거해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평균 도매가격은 정유사 공급가격보다 낮게 형성된다”고 말했다.

    김우섭/이지훈/조미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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