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증권가에서 상장 문의가 끊이지 않을 만큼 진로(하이트진로 일본법인)는 일본에서 탄탄한 기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일본 성공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을 적극 공략해 2017년까지 해외 매출을 두 배로 늘리겠습니다.”

양인집 하이트진로 해외사업 총괄 사장(사진)은 최근 일본 도쿄 진로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비전 선포식’에서 “2017년 해외 매출 3000억원, 수출 비중 18% 이상을 달성해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5월 일본법인 진로 사장이었던 양 사장을 해외사업 총괄 사장으로 선임했다. 양 사장은 현지인 중심의 유통망 개척,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해외 기업 제휴 및 현지 기업 인수, 수입 판매 유망 제품 발굴 등 4대 목표를 정하고 해외 사업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일본 주류 시장은 1995년 4조8000억엔에서 지난해 3조7000억엔 규모로 16년째 줄었는데 국내 시장도 향후 비슷한 추이를 보일 것”이라며 “하이트진로의 길은 해외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의 해외 시장 공략은 2007년 본격화됐다. 하이트는 일본 미국 호주 몽골 태국 등 60여개국에 진로, 참이슬, 하이트, 드라이피니시 D, 진로막걸리 등 74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해외 매출은 2007년 670억원에서 지난해 1530억원으로 증가했다. 해외 매출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올린다. 지난해 일본 주류 시장 규모는 2007년에 비해 6% 줄어들었으나 ‘진로 재팬’ 매출은 240% 증가했다.

양 사장은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 비결은 ‘글로컬(Global+Local)’ 전략”이라며 “국내에서 검증된 맛과 품질을 바탕으로 일본 문화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여성 고객의 입맛에 맞춰 달콤한 맛의 막걸리를 개발하고, 칵테일 재료로 소주를 소개하는 등 현지 문화에 맞춘 마케팅 활동을 강화했다.

또 진출 초기 희석식 소주에 치중됐던 상품군을 증류식 소주와 막걸리, 맥주 등으로 다양화했다. 2010년 현지 유통업체와 협력해 일본에서 인기 있는 제3맥주(저알코올 발포주)를 개발했고 지난 3월에는 무알코올 맥주도 내놨다. 7월에는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과 자체상표(PB) 상품인 ‘드라이비어’를 출시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증류식 소주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공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양 사장은 “10억엔(약 140억원) 규모의 일본 증류식 소주 공장 인수를 검토 중”이라며 “장기적으로 일본 증시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에서 상품군을 더욱 다양화하고, 호주와 미국에서 맥주 판매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현지 주류회사들과 라이선싱 계약을 맺거나 합작법인을 세워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 사장은 “일본 모델을 바탕으로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것”이라며 “한국의 하이트진로를 미국 코카콜라나 맥도날드처럼 세계 주류 시장의 ‘아이콘 브랜드’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도쿄=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