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남자가 여자보다 오래 살지 못하는 이유가 남성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민경진 인하대 기초의과학부 교수, 이철구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 성과를 거뒀다고 24일 발표했다.

남성의 평균 수명은 여성에 비해 약 10% 짧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포유류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학계는 이 같은 원인을 찾기 위해 수컷의 생식기를 없애는 거세 실험을 통해 동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조선시대 환관들의 족보(양세계보)를 분석해 이들이 같은 시대 양반들에 비해 최소 14년 이상 오래 살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조사 대상 조선시대 환관 81명의 평균 수명은 70세로, 51~56세인 양반들에 비해 장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대상 환관 중 3명은 100세(上壽)까지 누리기도 했는데 이는 장수국가인 일본의 백세 장수 비율(3500명당 1명)에 비해 13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경진 교수는 “입양을 통해 대를 이은 우리나라만의 특징 때문에 가능한 연구”라며 “중년 이후 남성호르몬 차단을 통한 항노화제 개발 가능성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생명과학분야의 학술지 ‘최신 생물학(Current Biology)’에 실렸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