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판매만이 살 길이라는 각오로 소매를 걷어붙였던 LH 임직원은 세종시의 성공에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영향으로 세종시는 거주할 곳 없는 도시가 될 뻔한 위기를 맞았다. 세종시 아파트 용지를 매입했던 민간 건설사들이 일제히 토지 계약을 해약해달라고 요구한 탓이다. 그러나 LH는 전사적인 노력을 펼쳐 세종시 아파트 용지를 인기 부지로 탈바꿈 시켰다.

LH가 세종시 아파트 용지를 첫 공급한 것은 2007년 7월이었다. 세종시 면적 72.91㎢(2205만평) 중 도로, 공원 등 무상으로 공급하는 토지를 제외하고 공급 가능한 면적은 25.79㎢(780만평)였다. 이 중 2010년 6월까지 LH가 민간 건설업체에 매각한 부지는 공동주택지를 포함해 17.2%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닥치자 민간 건설업체들이 매입한 토지를 해약해 달라고 아우성쳤다. 총 사업비 22조5000억원에 이르는 세종시는 지금까지 31%에 해당하는 약 7조원이 투입됐다. 이 중 정부 지원을 제외하고 LH는 용지비와 택지 조성비로 14조원을 투입하게 된다. 해약이 늘어날 경우 LH의 자금 회수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LH가 지난해 여름 세종시 첫마을 1단계 ‘퍼스트프라임 분양에 착수할 때까지만 해도 분양 성공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막상 뚜껑을 열자 첫마을 분양은 대성공이었다. 2010년 11월9~18일 세종시 첫마을 퍼스트프라임 아파트에 대한 이전기관 종사자 등 특별공급 및 일반공급 신청을 받은 결과 59~149㎡ 전 평형(1582가구)이 마감됐다. 분양권에는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첫마을 아파트의 성공적인 분양에는 LH 직원들의 헌식적인 노력이 숨어 있었다. LH는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의 성공적인 분양을 위해 이전기관 공무원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20여 차례에 걸쳐 분양설명회 실시했다.

이전기관 공무원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전, 과천, 세종로 정부청사를 하루가 멀다 하고 좇아다녔다. 분양설명회에 공무원 6000여명이 참석하는 등 관심이 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문의가 쇄도해 추가설명회까지 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종시 인근의 대덕연구단지, 오송연구단지 등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양설명회를 확대했다. 주변지역인 조치원 분양설명회에서는 작은 도시에서 개최했는데도 1000여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분양 성공의 조짐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분양가격과 분양조건이 공개된 이후에는 세종시 분양홍보관 개관 10일 만에 1만5000여명의 인파가 몰렸으며, 사이버 모델하우스에도 4만여명이 방문했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낮은 분양가도 분양 성공에 한몫했다. 84㎡ 기준 3.3㎡당 평균 분양가는 639만원이었다. 인근 대전 노은지구 등의 실거래가는 1000만원에 육박하고 있었다. 중도금도 무이자 대출하고 계약금도 10%로 낮췄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유보적 자세를 취했던 공무원들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세종시 토지를 외면했던 건설사들도 앞다퉈 택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분양 성공이 이어지자 중견 건설사들은 해약분은 물론 나머지 택지를 앞다퉈 매입했다. LH 관계자는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세종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 결과 재무구조 개선에 세종시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