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ㆍ인도ㆍ필리핀ㆍ베트남 등 군비 확장 촉발할듯
영토분쟁 지역 투입 가능성에 관련국 촉각


중국이 10차례의 시험운항 끝에 25일 쿠즈네초프급(6만7천500t) 항공모함을 정식 취역시킴에 따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군비경쟁 가속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의 항모가 아직 정식 전단을 구성하지 못해 작전 능력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함재기를 탑재하는 정규 항모를 보유하면서 군 작전 반경이 크게 확장돼 군사력 팽창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이 내친 김에 핵 추진 항모 건조에도 박차를 가하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중국은 2015년까지 4만8천∼6만4천t급의 핵 추진 항공모함 2척을 자체적으로 건조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각에선 아시아 지역에서 인도와 태국이 이미 항모를 운용 중이고 일본 자위대도 헬리콥터 탑재 항모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항모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도 중국이 군비 지출을 대폭 확대해온 가운데 항모 취역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은 미국(7천110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인 1천430억 달러를 군비로 지출했다.

10년 전인 2002년과 비교할 때 중국의 작년 군비 지출 증가율은 무려 170%에 달한다.

중국은 아울러 올해 들어 우주 정거장 실험 모듈인 톈궁(天宮), 그리고 유인ㆍ무인 우주선을 쏘아 올려 도킹실험에 성공했는가 하면 항모 킬로로 알려진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둥펑(東風)-21C를 실전에 배치하는 등 전방위적인 군사력 확장에 나서 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항모 취역을 단행한 시점도 예사롭지가 않다.

올해 들어 필리핀과 황옌다오(필리핀명 스카보러 섬) 영유권 갈등,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 와중에 중국이 항모를 인민해방군 해군 편제에 넣고 정식 가동에 나선 데서 항모를 분쟁 지역에 투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가장 긴장하는 쪽은 일본이다.

일본은 중국 위협론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미일 동맹 강화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센카쿠 열도 국유화 조치 이후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따른 안보 불안감을 이유로 평화헌법 개정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번 중국의 항모 취역이 일본 내에서 이런 요구가 더욱 거세지는 계기로 작용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사실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소 가동으로 이미 1년 내에 수천기의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핵물질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뿐더러 이지스함을 비롯해 첨단 해군력, 그리고 공중 조기경보통제기, 대륙간탄도탄(ICBM) 등 막강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평화헌법의 '족쇄'가 풀리면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이 위험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을 가상적국으로 여기는 인도 역시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인도는 중국의 첫 항모 취역에 대비해 근래 러시아에서 항모를 추가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은 러시아가 인도에 수출할 목적으로 건조한 항공모함 '비크라마디티야'함이 운항 시험 도중 심각한 엔진 고장을 일으켜 인도 공급 시점이 크게 늦춰지게 됐다고 지난 17일 전했다.

이 항모는 엔진 수리 및 교체 과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 인도에 넘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올 상반기에 남중국해에 싼사(三沙)시를 설립, 행정권 행사에 나서고 인민해방군 부대를 진주시켜 국방안보권까지 차지하려고 하면서 남중국해 주변국들의 군비경쟁도 불이 붙은 상황이다.

특히 중국과 비교하면 군사력이 열세인 필리핀과 베트남은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확대하면서 첨단무기 구매에도 적극적이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도 군비 확장에 가세했다.

미국 역시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남중국해와 가까운 호주 북부에 미군 기지를 설치하고 싱가포르에 미 해군 전투함을 파견할 예정인데다 일본, 인도와의 3각 방위동맹으로 중국 포위전략을 현실화해 군비 경쟁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베이징의 유력 소식통은 "중국의 항모 취역은 그 실효성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이를 빌미로 관련 각국이 군사력 증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특파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