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스개발업체인 러시아 가즈프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 국제 가스개발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가즈프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줄었다”며 “러시아 정부의 비호 아래서 성장한 공룡 에너지기업이 현대화에 실패, 반신불수 상태로 전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가즈프롬의 전망이 불확실해 세계 20대 기업 명단에서 제외시켰다”고 최근 전했다.

가즈프롬의 위상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러시아산 가스의 오랜 단골인 유럽 수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대신 저렴한 중동산 가스를 사들이고 있다. 2000년 유럽연합(EU) 전체 가스 수입량의 절반가량(49%)을 차지했던 러시아산 가스 비율은 2010년 32%, 올해 상반기 25%까지 낮아졌다. 더욱이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자체 투자·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핀란드 가스개발회사 가숨은 “4억달러를 투자한 터미널이 완공되면 러시아산 가스 수입은 지금의 절반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신(新) 에너지로 불리는 셰일가스 개발 붐이 일고 있는 것도 가즈프롬의 입지를 좁혔다. 셰일가스 공급량이 늘자 천연가스 국제가격은 하락세다. 안드레이 클레파치 러시아 경제개발부 차관은 “값싼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가즈프롬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WP는 “가즈프롬은 국제 가스 산업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경제적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신경쓰느라 회사 현대화를 위한 투자 기회를 잃어버린 탓”이라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