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 제조기’로 알려진 일본 극우 정치인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58)가 26일 제1 야당인 자민당의 신임 총재로 선출됐다. 자민당이 차기 총선에서 승리, 정권을 탈환하면 아베 총재가 일본 총리 자리에 오른다. 일본의 극우화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총재 선거에는 아베 전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당 정무조사회장(정책조정위원장) 등 5명이 나섰다. 지역별 당원대표와 국회의원이 모두 참여한 1차 선거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총 498표 가운데 141표를 획득, 199표를 얻은 이시바 전 정조회장에게 밀려 2위를 했다.

그러나 과반 득표자가 없어 당규에 따라 국회의원만 참여해 치른 결선투표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역전승을 거뒀다. 자민당 총재 결선투표가 치러진 것은 1972년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와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간 대결 이후 40년 만이다. 아베 전 총리는 2007년 9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이후 5년 만에 다시 자민당 총재 자리로 복귀했다. 임기는 3년이다. 사임했던 총재의 복귀는 1955년 자민당 창당 이후 처음이다.

아베 신임 총재의 정치적 성향은 극단적인 보수우익이다. 총리에 오를 경우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아베 신임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강한 일본’을 강조했다. 그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금 일본의 영토와 영해가 위협받고 있다”며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해 정권을 되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일 동맹 재구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정치·안보 이슈를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그는 2006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재의 임기 만료로 치러진 경선에서 21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고, 곧이어 제90대 일본 총리 자리에 올랐다. 2차대전 패전 이후 최연소 총리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극우적인 역사관이 걸림돌이었다. 애국 교육을 내건 교육기본법 개정, 방위청의 방위성 승격 등 보수우익적 색채가 강한 정책을 잇달아 발표, 주변국의 우려를 샀다. 2007년 3월엔 위안부 강제 연행을 공개적으로 부인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고, 각료들의 추문까지 겹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7년 7월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에 참패한 이후 건강 악화를 호소하다 9월12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총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왜곡된 역사관을 반영한 망언을 계속했다. 지난달 28일엔 “(총리가 되면) 1993년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아시아 식민지배를 사과한 고노 담화 등 과거사 반성과 관련한 일본의 모든 담화를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총리로 있을 때 하지 못한 야스쿠니신사 참배도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