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의 '2030년대 원전 가동 제로(0)'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 내각회의(각의) 공식 결정을 막았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오구시 히로시(大串博志) 내각부 정무관에게 일본이 '2030년대까지 원전 가동을 모두 중단한다'는 각의 결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에서 영향력이 큰 연구기관인 신국가안보센터(CNAS)의 패트릭 크로닌 아태안보프로그램 선임고문도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총리 보좌관에게 "구체적인 일정도 없이 (2030년대라는) 목표 시점을 밝히는 것은 위험하다"며 "각의 결정을 해서 정책을 속박하면 (나중에) 고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오구시 정무관이나 나가시마 총리 보좌관은 모두 일본측이 원전 제로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에 보낸 특사들이다.

일본은 결국 14일 각의에서 '2030년대 원전 제로' 정책을 정식으로 결정하지 못했다.

일본에선 이를 미국의 반대 탓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이 이처럼 일본 내정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일본이 원자력발전을 중단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원전 수출 가속화'와 '핵기술 확산'이라는 연쇄 반응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같은 속내를 내비친 적이 있다.

또 미국은 각국의 핵물질 방호체제 확립이나 국내 원전 건설 등에서 일본의 기술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원자력에서 철수할 경우 미국의 핵 비확산이나 핵 안보 전략, 원전 사업까지 대폭 수정해야할 형편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