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재벌 총수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공익재단의 활동도 확대되고 있다.

재벌 소속 대형 공익재단은 정부에서 손대지 못하는 영역을 대신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지분 출연과 운용 면에서 여전히 그 순수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공익재단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대기업들도 재단 악용 의혹을 방지하기 위해 기부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경영권 강화 의심" VS "설립자 신념대로"

일각에서는 재벌 공익재단 중 상당수가 주식형태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실제 기부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재단이 자산을 유지하면서 공익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면 수익사업이나 적극적인 자산운용이 필요하지만 대다수 재단이 주식 배당금에 의존하고 있다.

일부 재단은 막대한 주식규모에 비해 배당금액이 극히 적어 보유주식이 공익사업 재원으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 12월 재벌 소속 45개 공익재단을 분석한 결과, 보유 주식자산에 대한 평균 배당률은 1.59%에 불과했다.

총자산 대비 계열사 주식 평균비율은 약 29%였고 45곳 중 30곳은 보유 주식의 90% 이상을 계열사 주식 형태로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바른사회공헌포럼 김성호 공동대표는 "대기업이 자사 재단에 기부한 주식의 배당이 거의 없다면 기부 목적이 공익이 아니라 경영권 보호수단 또는 변칙적 증여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기부형태와 재원활용 등에 대한 자율권을 존중해야 설립자와 기부자의 신념과 철학에 맞게 공익재단을 운영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 재벌 공익재단 관계자는 "재단을 출연하는 사람의 의도와 목표대로 재단이 사회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대기업 공익재단이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사회적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진용한 사회공헌팀장은 "관련 재단으로의 기부 비중이 늘어난 것은 최근 각 그룹이 공익재단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기적 측면도 있다"라며 "사회적으로도 재계의 기부를 격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기부문화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공익재단 발전 위한 제도개선 시급

전문가들은 재벌 공익재단이 현재의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외부 공익단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단 운영의 투명성을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오덕교 연구위원은 "기업들은 관계 재단으로의 기부보다는 기부 취지에 맞는 외부 공익단체로의 기부가 일반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현재 기부 전반에 관해 체계적으로 다루는 법률이 없는데 법적 내용을 총망라하고 정비해 기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경실련 권오인 팀장은 "교육, 사회복지 등 재단의 성격이 따로 정해져 있지만 공시만 봐서는 어떤 사업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면서 "재단에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이 투명하게 공시되도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초 재단이 지배권 강화에 악용된다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주식 대신 현금형태로 기부받거나 매년 주식 일부를 현금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성호 공동대표는 "외부적으로는 거창하게 기부한다고 발표하면서 실제로는 공익목적으로 사용되는 돈이 극히 일부인 경우가 있다"면서 "진정성을 보이려면 주식으로 기부할 때 반드시 일정액을 현금화해 공익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은 해당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 개선 뿐 아니라 실제 시장가치 상승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가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서울대 경영학과 김병도 교수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발표되면 해당 기업의 가치가 평균 1.04%(1천억원) 오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기업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사회봉사에 임한다면 기업가치는 1%가 아닌 10∼20%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배영경 기자 double@yna.co.kr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