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겁니다, 이겨서 한라공조를 되찾아 올 겁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사진)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27일 경기 판교 만도 글로벌 R&D센터에서 ‘한라그룹 50주년 기념식’을 가진 뒤 기자와 만나 확신에 찬 말투로 한라공조 인수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아무것도 확실히 결정된 게 없고, 때문에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습니다. 지금은 그쪽(비스티온)과 힘겨루기를 하는 중이지요. 하지만 찾아올 겁니다. ”

1997년 부도난 한라그룹으로부터 한라공조를 인수한 미국 비스티온은 지난 7월 한라공조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시도하다 지분 7.8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반대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한라그룹이 국민연금과 손잡고 한라공조 인수계획을 발표하자 비스티온은 전 세계 15개국에 흩어진 자동차용 에어컨 히터 등을 만드는 공조 관련 계열사를 한라공조에 합병시키겠다며 ‘몸값 불리기’에 나섰다.

일각에선 계열사 합병은 3000억원가량의 한라공조 내부 유보금을 빼돌리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한라그룹과 비스티온 간의 치열한 머리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 회장은 한라공조 인수에 ‘그룹 부활의 완성’이라는 의미를 뒀다. “한라그룹은 2008년 부품업체 만도를 되찾아오면서 내실을 다지는 단계”라며 “그룹의 성장은 한라공조를 찾아온 후에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라공조 인수는 그룹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이지만 나라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 꼭 이기겠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이날 50주년 기념사에서 “지금까지의 50년을 ‘창업과 개척, 그리고 격동의 역사’로 규정하고 앞으로 다가올 50년, 100년의 시간을 ‘번영과 공존의 시대’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공정한 원리의 기업을 지향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미래의 한라는 구성원 각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터전이 될 뿐만 아니라, 노력하고 공헌한 만큼 대가가 주어지는 공정한 원리의 기업을 지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라는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이어 만도 글로벌 R&D센터의 준공식도 가졌다. 정 회장은 “R&D센터는 만도가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띄운 승부수”라며 “기존의 5개 연구소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추가적으로 인재를 영입해 성과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만도 R&D 센터는 그동안 제품별로 특화한 지역별 연구소를 통합해 기술통합 트렌드에 대응하고 제품별 R&D의 시너지효과를 높인다는 취지로 건립됐다. 전체 8627㎡ 부지에 지하 3층~지상 9층, 연면적 5만6645㎡ 규모다.

한라그룹의 창업자인 운곡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1920~2006)의 흉상 제막식도 열렸다. 한라그룹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인영 명예회장이 1962년 설립한 현대양행으로 출발해 1996년에는 18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2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2008년 정 회장이 만도를 되찾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