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회장 "부실 빨리 털지 못한 것 후회…2~3년내 법정관리 졸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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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 회장 법정관리 신청후 첫 인터뷰
웅진홀딩스 대표가 된 이유
자회사 대표들 잘 이끌어야…일 저질렀으니 책임지는 차원
서울저축은행은 어떻게
그룹 계열사 아닌 개인 회사…예금인출 사태 없을 것
경영권 유지 문제없나
홀딩스 순자산 플러스면 지분 소각 가능성 낮아
웅진홀딩스 대표가 된 이유
자회사 대표들 잘 이끌어야…일 저질렀으니 책임지는 차원
서울저축은행은 어떻게
그룹 계열사 아닌 개인 회사…예금인출 사태 없을 것
경영권 유지 문제없나
홀딩스 순자산 플러스면 지분 소각 가능성 낮아
“모두가 제 불찰입니다.”
재계 31위(자산기준) 웅진그룹의 오너 윤석금 회장이 27일 머리를 숙였다. 그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계열사 극동건설을 법정관리로 보내면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경영자로서 잘못된 판단으로 채권자들과 투자자, 직원들, 국민들에게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사과했다. 그는 “부실을 빨리 털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경영자로서 오점을 남기는 게 싫어 떠안고 오다 이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젊은이들에게 맨손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하는데 이를 꺾었다”며 거듭 미안하다고 했다.
윤 회장을 서울 퇴계로 웅진홀딩스 본사 24층 회장실에서 만났다.
▷언제 법정관리를 신청키로 했습니까.
“지난 21일부터 검토시켜 급박하게 결정했습니다. 법정관리로 가지 않으면 웅진홀딩스가 아주 어려워지겠다고 판단해 할 수 없이 신청하게 됐습니다.”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예고된 거 아닙니까.
“원래는 채권단과 합의 하에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웅진코웨이 매각대금 지급일이 10월2일인 반면 이달 말까지 차입금 상환 요구가 잇따랐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법정관리로 돌아섰습니다. 순식간에 결정한 겁니다.”
▷다른 계열사도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까.
“극동건설을 제외하면 저희 회사는 부실회사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계열사는 적자가 나지 않습니다.”
▷웅진폴리실리콘 상황이 좋지 않은데요.
“2년 후에는 태양광 산업이 좋다고 보고 있습니다. 좀 기다려야겠죠. 웅진폴리실리콘은 웅진홀딩스와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은행이 대출해준 것입니다. 웅진홀딩스가 채무보증도 서지 않았습니다. 은행이 사업성 보고 3200억원가량 넣어준 것입니다. 공급과잉 문제는 2014년 해소될 것입니다. 웅진폴리실리콘의 법정관리를 신청할지는 채권단이 결정할 겁니다.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저축은행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서울저축은행은 계열사가 아니라 제 개인회사입니다. 예금인출사태(뱅크런)가 날 가능성은 없을 겁니다. 우리가 2800억원이나 투자했고 부실도 어느 정도 해소했습니다.”
▷건설과 태양광, 저축은행 투자가 발목을 잡은 ‘승자의 저주’라는 평가에 동의합니까.
“맞는 말입니다. 서울저축은행이나 극동건설을 정리했으면 이런 영향은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말자는 생각 때문에 극동건설에 4000억원 정도를 지원했습니다. 서울저축은행의 경우 내부에선 투자금액 250억원을 손해보더라도 정리하자고 했지만, 고객들의 피해를 생각하니 그럴 수 없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두 회사의 고리를 끊었어야 하는데 아쉽습니다. 어떻게 보면 미련한 짓이었고, 좋게 말하면 책임지려 했습니다.”
▷극동건설과 서울저축은행에 사재 얼마를 넣었나요.
“렉스필드 등 골프장 주식을 극동건설에 증여한 것 등을 합치면 2200억원 정도는 될 겁니다.”
▷부인이 웅진씽크빅 주식을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팔았습니다.
“우연히 시기적으로 그렇게 된 겁니다. 몇 천만원 이득 보기 위해 그럴 사람은 아닙니다. 이재에 밝은 사람도 아니고요.”
▷투자자들 걱정이 많습니다.
“웅진홀딩스의 순자산 가치는 플러스입니다. 채권자들은 돈을 돌려받는 데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다른 계열사들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상당한데요.
“보통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자산가치가 마이너스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대부분의 계열사 상황이 좋아 자산가치가 플러스입니다.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웅진코웨이 매각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지금부터는 채권단에서 결정합니다. 채권단이 결정하고, 법원에서 승인합니다. 채권단의 동의를 얻으면 웅진코웨이 매각이 이뤄질 것이고, 동의하지 않으면 그대로(계열사 체제로) 갈 수 있습니다.”
▷웅진코웨이 매각협상이 결렬돼 결과적으로 매수자인 MBK파트너스에 피해를 준 거 아닌가요.
“솔직히 MBK에는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
▷웅진코웨이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법정관리로 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오해입니다. MBK의 매입대금이 들어올 때까지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가 버티지 못하면 MBK와의 거래도 깨졌겠죠.”
▷웅진홀딩스 대표이사가 됐는데요.
“제가 법정관리인이 돼야 우리가 회생할 수 있습니다. 자회사 대표들을 제가 임명했고, 컨트롤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되지요. 제가 일을 저질러놨으니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경영권에 집착했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경영권 집착이라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책임 잘 못지면 그룹이 날아갑니다. 제가 책임지겠다는 의미입니다.”
▷웅진홀딩스 지분을 74% 보유하고 있는데요. 소각이 되나요.
“최대 90%까지 지분을 소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순자산가치가 플러스이면 소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증자를 하더라도 30% 정도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어 그룹을 유지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어느 정도 지나면 법정관리를 졸업할 것 같습니까.
“2~3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만 법정관리에 넣으면 문제가 없는 회사입니다. 건설을 제외한 웅진 계열사의 업종은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특징이 있습니다. 남은 문제는 1조5000억원의 대출금을 갚는 건데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웅진코웨이 하나만 까도(매각해도) 되는 겁니다.”
박수진/정영효/김태호 기자 hugh@hankyung.com
재계 31위(자산기준) 웅진그룹의 오너 윤석금 회장이 27일 머리를 숙였다. 그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계열사 극동건설을 법정관리로 보내면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경영자로서 잘못된 판단으로 채권자들과 투자자, 직원들, 국민들에게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사과했다. 그는 “부실을 빨리 털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경영자로서 오점을 남기는 게 싫어 떠안고 오다 이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젊은이들에게 맨손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하는데 이를 꺾었다”며 거듭 미안하다고 했다.
윤 회장을 서울 퇴계로 웅진홀딩스 본사 24층 회장실에서 만났다.
▷언제 법정관리를 신청키로 했습니까.
“지난 21일부터 검토시켜 급박하게 결정했습니다. 법정관리로 가지 않으면 웅진홀딩스가 아주 어려워지겠다고 판단해 할 수 없이 신청하게 됐습니다.”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예고된 거 아닙니까.
“원래는 채권단과 합의 하에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웅진코웨이 매각대금 지급일이 10월2일인 반면 이달 말까지 차입금 상환 요구가 잇따랐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법정관리로 돌아섰습니다. 순식간에 결정한 겁니다.”
▷다른 계열사도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까.
“극동건설을 제외하면 저희 회사는 부실회사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계열사는 적자가 나지 않습니다.”
▷웅진폴리실리콘 상황이 좋지 않은데요.
“2년 후에는 태양광 산업이 좋다고 보고 있습니다. 좀 기다려야겠죠. 웅진폴리실리콘은 웅진홀딩스와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은행이 대출해준 것입니다. 웅진홀딩스가 채무보증도 서지 않았습니다. 은행이 사업성 보고 3200억원가량 넣어준 것입니다. 공급과잉 문제는 2014년 해소될 것입니다. 웅진폴리실리콘의 법정관리를 신청할지는 채권단이 결정할 겁니다.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저축은행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서울저축은행은 계열사가 아니라 제 개인회사입니다. 예금인출사태(뱅크런)가 날 가능성은 없을 겁니다. 우리가 2800억원이나 투자했고 부실도 어느 정도 해소했습니다.”
▷건설과 태양광, 저축은행 투자가 발목을 잡은 ‘승자의 저주’라는 평가에 동의합니까.
“맞는 말입니다. 서울저축은행이나 극동건설을 정리했으면 이런 영향은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말자는 생각 때문에 극동건설에 4000억원 정도를 지원했습니다. 서울저축은행의 경우 내부에선 투자금액 250억원을 손해보더라도 정리하자고 했지만, 고객들의 피해를 생각하니 그럴 수 없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두 회사의 고리를 끊었어야 하는데 아쉽습니다. 어떻게 보면 미련한 짓이었고, 좋게 말하면 책임지려 했습니다.”
▷극동건설과 서울저축은행에 사재 얼마를 넣었나요.
“렉스필드 등 골프장 주식을 극동건설에 증여한 것 등을 합치면 2200억원 정도는 될 겁니다.”
▷부인이 웅진씽크빅 주식을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팔았습니다.
“우연히 시기적으로 그렇게 된 겁니다. 몇 천만원 이득 보기 위해 그럴 사람은 아닙니다. 이재에 밝은 사람도 아니고요.”
▷투자자들 걱정이 많습니다.
“웅진홀딩스의 순자산 가치는 플러스입니다. 채권자들은 돈을 돌려받는 데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다른 계열사들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상당한데요.
“보통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자산가치가 마이너스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대부분의 계열사 상황이 좋아 자산가치가 플러스입니다.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웅진코웨이 매각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지금부터는 채권단에서 결정합니다. 채권단이 결정하고, 법원에서 승인합니다. 채권단의 동의를 얻으면 웅진코웨이 매각이 이뤄질 것이고, 동의하지 않으면 그대로(계열사 체제로) 갈 수 있습니다.”
▷웅진코웨이 매각협상이 결렬돼 결과적으로 매수자인 MBK파트너스에 피해를 준 거 아닌가요.
“솔직히 MBK에는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
▷웅진코웨이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법정관리로 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오해입니다. MBK의 매입대금이 들어올 때까지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가 버티지 못하면 MBK와의 거래도 깨졌겠죠.”
▷웅진홀딩스 대표이사가 됐는데요.
“제가 법정관리인이 돼야 우리가 회생할 수 있습니다. 자회사 대표들을 제가 임명했고, 컨트롤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되지요. 제가 일을 저질러놨으니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경영권에 집착했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경영권 집착이라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책임 잘 못지면 그룹이 날아갑니다. 제가 책임지겠다는 의미입니다.”
▷웅진홀딩스 지분을 74% 보유하고 있는데요. 소각이 되나요.
“최대 90%까지 지분을 소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순자산가치가 플러스이면 소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증자를 하더라도 30% 정도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어 그룹을 유지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어느 정도 지나면 법정관리를 졸업할 것 같습니까.
“2~3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만 법정관리에 넣으면 문제가 없는 회사입니다. 건설을 제외한 웅진 계열사의 업종은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특징이 있습니다. 남은 문제는 1조5000억원의 대출금을 갚는 건데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웅진코웨이 하나만 까도(매각해도) 되는 겁니다.”
박수진/정영효/김태호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