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비(非)신경세포에서도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지금까지 신경전달물질은 중추신경계의 10%를 차지하는 신경세포에서만 분비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커넥토믹스센터 이창준 박사(사진)와 경상대 생리학과 박재용 교수, 경북대 치의학과 배용철 교수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뇌 속에 별 모양으로 생긴 비신경세포인 ‘아교세포’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를 분비하고 이것이 우울증과 치매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3대 과학학술지로 불리는 ‘셀(Cell)’에 실렸다. 인간의 중추신경계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과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이 균형이 깨지면 우울증, 불면증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며 학습 등 인체의 기본적인 기능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과학계는 그동안 이 균형을 분석하기 위해 신경세포를 주목해왔지만 국내 연구진이 비신경세포의 역할을 연이어 규명해 우울증 등 정신과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생쥐의 아교세포에 금 입자를 넣어 글루타메이트의 위치를 추적하면서 전기신호를 함께 측정했다. 그 결과 글루타메이트가 ‘트렉’과 ‘베스트로핀’이라는 두 가지 길(이온채널)을 통해 분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트렉을 통해 분비된 글루타메이트는 우울증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을 완화하는 메커니즘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이 박사는 “신경세포가 아닌 비신경세포에서도 우울증이나 치매에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새로운 정신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