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 호텔로…건물 용도변경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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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당구장, 원룸으로 개조
노후건물·죽은 상권 새 용도로
노후건물·죽은 상권 새 용도로
서울 역삼동 SK빌딩 뒷골목의 6층짜리 상가는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로 바뀌고 있다. 건축주는 감정가 90억원짜리인 이 상가건물을 75억원에 경매로 낙찰받은 뒤 6억원을 추가로 들여 주거시설로 용도변경 공사를 하고있다.
서울 초동의 오피스빌딩인 ‘골드타워’는 호텔로 용도를 바꾸고 있다. 16층 높이의 이 사무실은 증축과 대수선 용도변경 등을 통해 442개 객실을 갖춘 호텔로 탈바꿈한다.
낡거나 주변 환경과 맞지 않는 용도의 건물을 새로운 쓰임새의 건물로 바꾸는 용도변경(컨버전·conversion)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수명을 다해가는 건물이나 상권의 성격이 변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용도변경 시장 급팽창
서울 명동 을지로 동대문 등 서울 도심에선 호텔로 용도변경하는 건물들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오피스빌딩 테마상가 모텔 등이 앞다퉈 호텔로 용도를 바꾸고 있다. 건물을 헐어버리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 건물의 용도를 바꾸는 게 특징이다. 명동 밀리오레, 관훈동 관훈빌딩, 견지동 천마빌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강남권 이면도로 변에선 상업용 건물을 주거시설로 용도변경하는 곳이 많다. 세진건축사사무소의 오세의 소장은 “공실률이 높은 낡은 건물을 주거시설로 바꾸기 위한 문의가 최근들어 부쩍 늘었다”며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월세를 받는 게 더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독·다가구주택에서 상가점포로 용도를 바꾸는 곳들도 있다. 합정동·상수동·연남동, 가로수길 주변, 건대입구역 먹자골목 등의 단독주택들이 상권 확대에 힘입어 대거 상가주택으로 변신하고 있다. 북촌과 서촌의 도로변 한옥들은 고유의 외관을 유지하면서 공방 작업실 커피숍 음식점 등으로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문래동의 철재종합상가 점포와 공장들은 예술가의 창작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990년대 이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도시 재생을 위해 활발하게 진행됐던 컨버전이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공급과잉, 노후화 등의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어 용도변경 시장이 갈수록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자원 재활용 장점
용도변경이 활발한 것은 무엇보다 노후화된 건물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1970년대 이후 고도성장기에 지어진 건물들 가운데 수명을 다한 곳이 많이 생기고 있다.
주변 환경 변화는 용도변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 주변처럼 상권이 위축되는 곳이나 상가 공급이 과잉된 곳에서 상가 용도의 건물이 숙박이나 주거 용도로 바뀌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유행 업종의 변화도 용도변경을 불가피하게 한다. 목욕탕 볼링장 노래방 당구장 등 한때 유행했던 업종이 들어선 점포들은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용도로 전환하고 있다.
경쟁이 심해지는 것도 용도변경의 한 요인이다. 서울 신림동의 한 모텔은 주변에 모텔이 급격히 늘어나자 모텔 외관은 그대로 둔채 원룸텔(고시원)로 용도전환했다.
용도변경의 가장 큰 장점은 죽어가는 건물이나 거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건물을 재활용하는 만큼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건물주 입장에선 신축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한계도 많다. 법에서 정한 용도지역·지구에 적합한 시설만 들일 수 있다.
업무시설을 근린생활 시설이나 주거용으로 변경하는 것처럼 상위군으로 용도변경할 경우에는 새로운 용도의 건축기준에 맞춰 지자체장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정화조 주차장 소방시설 등도 새 용도의 건축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미국 호주 등 선진국에선 사무실이 아파트로 활발하게 용도변경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컨버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용도변경
낡거나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의 용도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 증축을 하거나 내부 구조를 크게 바꾼다는 점에서 리모델링과 같다. 그러나 건축법상 리모델링은 용도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개념이다.
조성근/문혜정/정소람 기자 truth@hankyung.com
서울 초동의 오피스빌딩인 ‘골드타워’는 호텔로 용도를 바꾸고 있다. 16층 높이의 이 사무실은 증축과 대수선 용도변경 등을 통해 442개 객실을 갖춘 호텔로 탈바꿈한다.
낡거나 주변 환경과 맞지 않는 용도의 건물을 새로운 쓰임새의 건물로 바꾸는 용도변경(컨버전·conversion)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수명을 다해가는 건물이나 상권의 성격이 변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용도변경 시장 급팽창
서울 명동 을지로 동대문 등 서울 도심에선 호텔로 용도변경하는 건물들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오피스빌딩 테마상가 모텔 등이 앞다퉈 호텔로 용도를 바꾸고 있다. 건물을 헐어버리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 건물의 용도를 바꾸는 게 특징이다. 명동 밀리오레, 관훈동 관훈빌딩, 견지동 천마빌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강남권 이면도로 변에선 상업용 건물을 주거시설로 용도변경하는 곳이 많다. 세진건축사사무소의 오세의 소장은 “공실률이 높은 낡은 건물을 주거시설로 바꾸기 위한 문의가 최근들어 부쩍 늘었다”며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월세를 받는 게 더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독·다가구주택에서 상가점포로 용도를 바꾸는 곳들도 있다. 합정동·상수동·연남동, 가로수길 주변, 건대입구역 먹자골목 등의 단독주택들이 상권 확대에 힘입어 대거 상가주택으로 변신하고 있다. 북촌과 서촌의 도로변 한옥들은 고유의 외관을 유지하면서 공방 작업실 커피숍 음식점 등으로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문래동의 철재종합상가 점포와 공장들은 예술가의 창작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990년대 이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도시 재생을 위해 활발하게 진행됐던 컨버전이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공급과잉, 노후화 등의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어 용도변경 시장이 갈수록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자원 재활용 장점
용도변경이 활발한 것은 무엇보다 노후화된 건물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1970년대 이후 고도성장기에 지어진 건물들 가운데 수명을 다한 곳이 많이 생기고 있다.
주변 환경 변화는 용도변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 주변처럼 상권이 위축되는 곳이나 상가 공급이 과잉된 곳에서 상가 용도의 건물이 숙박이나 주거 용도로 바뀌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유행 업종의 변화도 용도변경을 불가피하게 한다. 목욕탕 볼링장 노래방 당구장 등 한때 유행했던 업종이 들어선 점포들은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용도로 전환하고 있다.
경쟁이 심해지는 것도 용도변경의 한 요인이다. 서울 신림동의 한 모텔은 주변에 모텔이 급격히 늘어나자 모텔 외관은 그대로 둔채 원룸텔(고시원)로 용도전환했다.
용도변경의 가장 큰 장점은 죽어가는 건물이나 거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건물을 재활용하는 만큼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건물주 입장에선 신축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한계도 많다. 법에서 정한 용도지역·지구에 적합한 시설만 들일 수 있다.
업무시설을 근린생활 시설이나 주거용으로 변경하는 것처럼 상위군으로 용도변경할 경우에는 새로운 용도의 건축기준에 맞춰 지자체장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정화조 주차장 소방시설 등도 새 용도의 건축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미국 호주 등 선진국에선 사무실이 아파트로 활발하게 용도변경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컨버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용도변경
낡거나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의 용도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 증축을 하거나 내부 구조를 크게 바꾼다는 점에서 리모델링과 같다. 그러나 건축법상 리모델링은 용도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개념이다.
조성근/문혜정/정소람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