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안철수는 합리적 변화 추구하는 사람…재벌개혁 위해 무리한 정책 안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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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안철수 대선후보 멘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만난 사람 - 조일훈 경제부장
만난 사람 - 조일훈 경제부장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풍미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68)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멘토로 돌아왔다. ‘모피아(재무부 출신의 경제관료)의 대부’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10여년을 종횡무진하며 한국 경제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특유의 보스 기질에 뭐 하나 아쉬울 게 없을 듯한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안 후보 옆에 서자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이 전 부총리는 “왜 하필 안철수냐”고 묻는 질문에 이렇게 잘라 답했다. “한국 사회에 역동성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포함한 기득권층으로는 도저히 ‘닫힌 사회’를 ‘열린 사회’로 전환할 수 없기에 새로운 인물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고 했다. 안철수라는 자연인이 아니라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결집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와 만난 계기가 뭐였습니까.
“작년에 몇몇 사람들이 모여 우리나라 경제를 쭉 훑는 스터디를 했는데,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개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때가 안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왔을 때죠. 사회 변혁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안철수를 통해 분출하기 시작한 시기였어요. 전 그걸 과거의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면서도 미래 시스템은 보이지 않는 ‘대혼돈 상태’라고 표현했죠. 안 후보가 그걸 전해 들었는지 아는 사람을 통해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어요.”
▷안 후보의 멘토로 불리는데 안 후보를 왜 도와줍니까.
“우리 관계를 굳이 설명하자면 최근 반 년 동안 굉장히 가깝게 지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거예요. 제가 캠프에서 도와주는 건 아니지만 안 후보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답답하게 막힌 사회에서 변화를 추구하려고 하고, 그걸 용감하게 실천하려 하는 게 좋아보여요. 저는 연령적으로 불가능한 세대가 됐지만 안 후보 연배였어도 그럴 용기가 없었을 것 같아요.”
▷안 후보는 어떤 사람입니까.
“이념에 매몰돼 있지 않다는 것, 모든 문제를 현실을 바탕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장점이에요. 제가 볼 땐 합리적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실용주의자는 아닌데 기업을 경영해봐서인지 항상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는 것 같아요. 재벌 문제를 예로 들면, 이념적 당위성보다는 실현 가능성과 구체적 방법에 대해 깊이 생각하더군요. ”
▷안 후보가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공적 경험이 모자라기 때문에 콘텐츠가 넉넉할 수는 없는 거죠. 그런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담대한 희망’ 하나로 밀고 나간 것 아니겠어요. 국민들에게 주는 가능성이 중요한 것이지, 구체적인 정책이 중요하다고 보지 않아요.”
▷최근 안 후보 본인과 부인의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논란이 있습니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죠. 당시에 그런 걸 인식한 사람이 누가 있었겠어요.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맡기면 다 처리해 주는 식이었죠. 다운계약서라는 건 나중에 나온 말이에요. 정치권이니깐 문제 삼는거지 안 후보가 지고지순한 종교적 지도자도, 성인군자도 아니잖아요.”
▷안 후보의 과장화법, 말바꾸기 논란이 있습니다. 그가 스스로 너무 착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건 아닙니까.
“제 느낌에 안 후보는 평범하려고 애쓰는 사람이에요. 별안간에 사람들이 질문해오니까 대응하는 과정에서 당황했다고 할까, 경직된 대응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안 후보가 대기업에 대한 경계심이 적잖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안철수라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합리적으로 변화를 추구해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재벌 개혁에 대한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무리한 정책을 쓰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최근 일부 진보진영 인사들이 이 전 부총리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합니다. 캠프에서도 사실상의 좌장역에서 고문역으로 역할을 축소한 듯 말하고 있는데요.
“안 후보가 그동안 제게 선거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고 저도 뭘 하겠다고 한 적이 없어요. 되풀이해 말하지만 저는 정치다, 공직이다, 뭘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안 후보가 합리적 혁신을 해서 사회풍토를 미래 발전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꾸겠다고 하니 도와주려는 것일 뿐입니다. 캠프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글쎄요…. 저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니까 당황했는지도 모르죠.”
▷안 후보 정책 공약을 감수할 겁니까.
“공약이야 캠프에서 준비한 것을 발표하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안 후보가 차별화를 위해서는 설익은 공약을 내놓지 말아야 한다고 봐요. 국민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똑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죠.”
▷최근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는데요.
“출발이 잘못됐죠. 지난 연말 양당이 국회의원 선거를 의식하고 일종의 ‘포퓰리즘’ 경쟁을 한거죠. 정부는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거 하면 안 된다는 충분한 설득과 노력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정책을 철회하는 것은 일종의 ‘기대배반죄’예요. 기왕 약속한 거니까 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정부가 써야 할 복잡한 정책들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게 돼요. ”
▷하우스푸어는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논란이 있겠지만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봐요. 은행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 필요해요. 은행이 할 수 없는 부분을 공공(정부)이 책임질 거냐 아니냐는 은행 차원의 노력을 한 다음에 생각해야 하는 거죠. 한꺼번에 하면 보육 문제와 똑같은 우를 범할 수 있어요.”
정리=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이 전 부총리는 “왜 하필 안철수냐”고 묻는 질문에 이렇게 잘라 답했다. “한국 사회에 역동성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포함한 기득권층으로는 도저히 ‘닫힌 사회’를 ‘열린 사회’로 전환할 수 없기에 새로운 인물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고 했다. 안철수라는 자연인이 아니라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결집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와 만난 계기가 뭐였습니까.
“작년에 몇몇 사람들이 모여 우리나라 경제를 쭉 훑는 스터디를 했는데,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개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때가 안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왔을 때죠. 사회 변혁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안철수를 통해 분출하기 시작한 시기였어요. 전 그걸 과거의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면서도 미래 시스템은 보이지 않는 ‘대혼돈 상태’라고 표현했죠. 안 후보가 그걸 전해 들었는지 아는 사람을 통해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어요.”
▷안 후보의 멘토로 불리는데 안 후보를 왜 도와줍니까.
“우리 관계를 굳이 설명하자면 최근 반 년 동안 굉장히 가깝게 지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거예요. 제가 캠프에서 도와주는 건 아니지만 안 후보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답답하게 막힌 사회에서 변화를 추구하려고 하고, 그걸 용감하게 실천하려 하는 게 좋아보여요. 저는 연령적으로 불가능한 세대가 됐지만 안 후보 연배였어도 그럴 용기가 없었을 것 같아요.”
▷안 후보는 어떤 사람입니까.
“이념에 매몰돼 있지 않다는 것, 모든 문제를 현실을 바탕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장점이에요. 제가 볼 땐 합리적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실용주의자는 아닌데 기업을 경영해봐서인지 항상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는 것 같아요. 재벌 문제를 예로 들면, 이념적 당위성보다는 실현 가능성과 구체적 방법에 대해 깊이 생각하더군요. ”
▷안 후보가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공적 경험이 모자라기 때문에 콘텐츠가 넉넉할 수는 없는 거죠. 그런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담대한 희망’ 하나로 밀고 나간 것 아니겠어요. 국민들에게 주는 가능성이 중요한 것이지, 구체적인 정책이 중요하다고 보지 않아요.”
▷최근 안 후보 본인과 부인의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논란이 있습니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죠. 당시에 그런 걸 인식한 사람이 누가 있었겠어요.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맡기면 다 처리해 주는 식이었죠. 다운계약서라는 건 나중에 나온 말이에요. 정치권이니깐 문제 삼는거지 안 후보가 지고지순한 종교적 지도자도, 성인군자도 아니잖아요.”
▷안 후보의 과장화법, 말바꾸기 논란이 있습니다. 그가 스스로 너무 착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건 아닙니까.
“제 느낌에 안 후보는 평범하려고 애쓰는 사람이에요. 별안간에 사람들이 질문해오니까 대응하는 과정에서 당황했다고 할까, 경직된 대응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안 후보가 대기업에 대한 경계심이 적잖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안철수라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합리적으로 변화를 추구해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재벌 개혁에 대한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무리한 정책을 쓰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최근 일부 진보진영 인사들이 이 전 부총리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합니다. 캠프에서도 사실상의 좌장역에서 고문역으로 역할을 축소한 듯 말하고 있는데요.
“안 후보가 그동안 제게 선거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고 저도 뭘 하겠다고 한 적이 없어요. 되풀이해 말하지만 저는 정치다, 공직이다, 뭘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안 후보가 합리적 혁신을 해서 사회풍토를 미래 발전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꾸겠다고 하니 도와주려는 것일 뿐입니다. 캠프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글쎄요…. 저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니까 당황했는지도 모르죠.”
▷안 후보 정책 공약을 감수할 겁니까.
“공약이야 캠프에서 준비한 것을 발표하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안 후보가 차별화를 위해서는 설익은 공약을 내놓지 말아야 한다고 봐요. 국민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똑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죠.”
▷최근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는데요.
“출발이 잘못됐죠. 지난 연말 양당이 국회의원 선거를 의식하고 일종의 ‘포퓰리즘’ 경쟁을 한거죠. 정부는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거 하면 안 된다는 충분한 설득과 노력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정책을 철회하는 것은 일종의 ‘기대배반죄’예요. 기왕 약속한 거니까 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정부가 써야 할 복잡한 정책들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게 돼요. ”
▷하우스푸어는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논란이 있겠지만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봐요. 은행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 필요해요. 은행이 할 수 없는 부분을 공공(정부)이 책임질 거냐 아니냐는 은행 차원의 노력을 한 다음에 생각해야 하는 거죠. 한꺼번에 하면 보육 문제와 똑같은 우를 범할 수 있어요.”
정리=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