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민주통합당이 지난 2일 추천한 ‘내곡동 사저’ 특별검사 후보에 대해 여야 협의로 재추천해줄 것을 요구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3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하금열 대통령실장 주재로 관계 수석비서관들이 대책회의를 열어 내곡동 사저 특검 임명 문제를 논의한 결과,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인 김형태·이광범 변호사는 여야 협의를 거치지 않은 만큼 재추천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고, 이 변호사는 대한변협 소속이지만 법원 내 진보성향 연구모임인 ‘우리법 연구회’ 출신으로 모두 진보 인사로 분류된다.

회의 참석자들은 여야가 협의해서 특검을 추천하기로 합의해 놓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특검을 추천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민주당 추천 특검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해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결론 내렸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여야가 협의해 민주당이 특검을 추천하기로 한 당초의 합의대로 여야가 특검 추천 문제를 재논의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여야간 재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 대통령이 끝까지 특검 임명을 거부할지는 미지수다. 특검법상 이 대통령은 민주당 추천 후 3일 이내인 5일까지 후보 두 명 중 한 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민주당은 “청와대가 초법적 발상을 내놓았다”고 특검의 재추천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특검법에 대통령이 재추천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수차례 새누리당과 특검 추천을 협의했고, 이 과정에서 모 변호사는 양당이 공감했지만 본인이 고사해 추천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여야 협의를 거치도록 한 합의서가 있는데도 민주당이 원만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한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며 “추천 자체가 무효”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한편 이달곤 청와대 정무수석은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특검 추천과 관련한 여야 합의를 믿고 특검법을 수용했지만 야당이 일방적으로 특검을 추천한 것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차병석/김형호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