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는 혈액제제, 백신 등 특화된 분야에서 국내 1위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를 가진 제약회사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에서 혈액제제 부문이 32%, 백신 13%, 처방의약품 14%, 일반의약품과 기타상품이 20%를 차지했다. 수출은 11% 정도이며 마지막 10%는 자회사 관련 매출이다.

◆국내 혈액·백신 절대 강자

혈액제제는 혈우병치료제,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등 혈액에서 추출된 성분으로 만든 의약품이다. 안전성 측면에서 강한 규제를 받고 있고 시설투자 부담이 커 진입장벽이 높다. 국내 수요가 안정적으로 늘어나 4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녹십자는 국내 혈액제제 시장의 85%를 점하는 1위 사업자다.

이 회사는 국내 독감백신시장에서도 7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2009년 전남 화순공장을 신설하면서 국내 최초로 계절독감백신 생산을 시작했다. 독감백신 외에도 수두백신, 일본뇌염백신 등을 자체 생산, 판매하고 있다.

◆3분기 매출 전년보다 9% 증가

녹십자의 경쟁력은 실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0%, 13% 증가한 8414억원, 1002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예상 매출은 9380억원, 영업이익은 1176억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11%, 17%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4월 단행된 약가 일괄 인하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다른 제약사들과 대비된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2542억원, 영업이익은 18% 증가한 545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돈 것으로 보인다. 성수기 내수 계절독감백신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신바로(골관절염치료제), 헌터라제(헌터증후군치료제) 등 자체 개발 신약 매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에 내보내는 혈액제제와 백신 수출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국내 계절독감백신 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12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32~33%의 계절독감백신 접종률을 중·장기적으로 40%까지 확대할 계획이어서 백신접종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녹십자 제품은 수입 백신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 시장점유율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8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혈장 내재화로 원가절감 지속

녹십자는 연간 90만의 혈장(혈액제제의 주요 원재료)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절반 이상(연간 50만 추정)을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혈장은 내수혈장 대비 단가가 1.5~2배 비싸다. 녹십자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비용 절감을 위해 미국 현지 혈액원 3개사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혈액원을 추가 인수해 내년 말까지 총 5개의 혈액원을 운영할 계획이다. 자체 혈액원으로부터 조달 가능한 물량은 최대 20만에 달한다. 혈액제제부문 원가율은 작년 63%에서 올해 58%, 내년에는 55%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의 비용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신흥시장 수출 지속 증가

녹십자의 수출은 브라질 등 남미지역으로 판매하는 혈액제제가 주를 이룬다. 면역글로불린 등 혈액제제의 남미지역 수출, 태국 혈액제제 플랜트 수주, 중국시장 알부민 수출 개시, 계절독감백신 판매 확대 등 수출품목과 판매 지역이 다양해지고 있어 수출 비중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녹십자는 작년 세계 4번째로 계절독감백신(싱글 도즈 기준)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심사 승인을 받았다. 글로벌 계절독감백신 입찰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WHO 산하기관이 주관하는 글로벌 계절독감백신 입찰시장은 1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녹십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남반구지역 입찰에 참여, 지난 1분기 3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 상반기 멀티도즈(Multi Dose)에 대해서도 승인받으면 수출 물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녹십자의 수출 비중은 2011년 10.6%에서 2012년 13.4%, 2013년에는 16.9%로 확대될 전망이다.

◆수출 성장 잠재력도 높아

녹십자는 중·장기 북미시장 진출을 위해 아이비글로불린SN과 그린진F(혈우병치료제)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내년 말 임상3상이 완료되면 이르면 2014년 하반기부터 미국시장에서 제품 발매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2010년 미국 의약품 유통업체인 ASD 헬스케어와 4억8000만달러 규모 면역글로불린제제 및 혈우병치료제 수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북미 혈액제제시장은 약 13조~15조원 규모다. 국내보다 제품가격이 3배 이상 높아 수익성이 높은 시장이다.

◆중소형 제약회사 M&A 검토

녹십자는 연간 매출액의 8~9%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한다. 백신, 유전자재조합, 항암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2010년 그린진F, 작년 신바로, 올해 헌터라제(헌터증후군 치료제)에 이어 내년에는 조류인플루엔자백신, 결핵백신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희귀병 치료제인 헌터라제는 연내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된다. 내년 150억원, 2014년 250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녹십자는 최근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업체인 이노셀 지분(23.4%)을 인수하고 간암치료제에 대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임상시험이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녹십자의 영업 네트워크를 통해 간암 치료제를 판매할 수 있다. 녹십자는 북미 혈액제제 업체와 국내 중소형 제약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녹십자의 적정 주가로 18만원(2012년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 24배, 2013년 20배), 투자의견은 매수를 제시한다. 제약업종 내 중·장기 최선호주로 판단한다.

김혜림 <현대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