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물을 만들지 않습니다. 다만 대자연의 운반공일 뿐입니다.”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생수시장 점유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생수 생산업체 눙푸산취안(農夫山泉)의 광고 문구다. 보통의 물 을 생수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깨끗한 물을 떠온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KOTRA 등에 따르면 중국의 생수시장 규모는 연 1000억위안(약 17조7000억원)에 이른다. 13억 인구가 마시다보니 내수시장 규모가 큰 데다, 베이징 등 북부지방에서는 물에 석회질이 많아 바로 마실 수 없다. 급격한 공업화로 수질 오염이 심해진 것도 중국인들이 생수를 많이 찾는 이유다. 때문에 중국 전역에서 생수를 생산하는 크고 작은 업체가 4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이 넓은 만큼 생수 생산회사들 간의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코카콜라, 와하하(娃哈哈) 등 주요 음료 대기업을 제치고 중국 전역에서 인기를 끄는 생수는 저장성 항저우시에 본사를 둔 눙푸산취안이다. 중국 시장에는 아직 공신력 있는 시장점유율 통계가 없지만, 눙푸산취안은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 소형 점포 매대까지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996년 창업해 역사가 일천한 회사가 대륙을 제패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경쟁사들보다 빨리 시장을 읽는 눈과 단기간의 피해를 감수하며 투자에 나서는 과감함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앞서가는 트렌드 설정으로 우위 확보

눙푸산취안은 소비자들에게 물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성장해왔다. 소비자들이 이 회사에 주목하게 된 것은 1998년 ‘눙푸산취안의 물은 조금 달다(農夫山泉有点甛)’는 광고 문구가 일반에 회자되면서부터다. 한국에서는 물맛이 좋다는 의미로 “물이 달다”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중국인들에게는 당시까지만 해도 생소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해당 문구는 눙푸산취안의 브랜드를 일반인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중국 매체들은 “달다는 표현을 통해 보편적이지 않던 생수문화를 전파하며 소비자들에게 물맛에 대한 관심을 일깨웠다”며 “물맛이 좋다는 것은 수질이 좋다는 점까지 함축해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눙푸산취안은 이 광고의 히트로 생수시장 5위권까지 진입했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창업 2년 만에 이룬 성과에 안주할 수도 있겠지만, 눙푸산취안은 2000년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섰다. 수돗물이나 도시 인근의 물을 화학적으로 정수해 만드는 생수 판매를 중단하고, 수질이 1급 이상인 호수 및 시냇물을 가공해 시장에 내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눙푸산취안은 자신들이 만드는 생수를 ‘천연수(天然水)’로 부르며 다른 생수업체들이 만드는 ‘순정수(純情水)’와 구분했다.

중샨샨(鐘) 눙푸산취안 회장은 “순정수는 물을 정수하는 과정에서 나쁜 물질은 물론, 좋은 물질까지 인위적으로 제거해 인체에 좋은 점이 없다”며 “천연수는 애초에 좋은 수질의 물에 최소한의 가공만을 하는 만큼 미네랄 등의 함량이 풍부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경쟁업체들은 눙푸산취안을 ‘배신자’라고 부르며 눙푸산취안과 천연수를 공격했다. 이를 둘러싼 논쟁은 ‘물 전쟁’으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경쟁사들은 천연수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등 적극적으로 물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눙푸산취안과 천연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만 더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눙푸산취안 측은 “이미 우리가 설정한 논점 안에서 싸우는 것인 만큼 논쟁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천연수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좋은 물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눙푸산취안이 과감하게 천연수 판매를 외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극적인 수원 확보 노력이 있었다. 이 회사는 저장성 천다오후(千島湖), 후베이성 단장커우(丹江口), 광시성 완뤼후(萬綠湖), 지린성 징위(靖宇)현 등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서 수십곳의 생수원을 발굴했다.

수질이 좋은 곳은 그만큼 외지게 마련이다. 눙푸산취안은 생수 생산과 운송에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을 스스로 닦았다. 백두산 기슭에 있는 지린성 징위현에서 생수를 운송하기 위해 회사 자금을 동원, 67㎞의 철로를 새로 뚫은 것이 단적인 예다. 중 회장은 “운송비 절감뿐 아니라 베이징 등 북방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철로 가설이 필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눙푸산취안은 해당 지역에서 2002년 9월부터 생수를 생산해 2005년에는 베이징 지역 생수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광시성 완뤼후는 남방시장 개척을 위한 집념의 결과다. 중국 남부지역은 빠르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오염도 심해 깨끗한 수원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눙푸산취안은 2000년부터 5년간 중국 남부지역 곳곳을 탐사한 끝에 완뤼후를 찾을 수 있었다. 완뤼후에서는 1급수 이상에서만 사는 십자해파리가 발견되기도 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했다.

눙푸산취안은 새로운 수원을 개발할 때마다 10~20년간의 독점 사용권을 지방정부로부터 받았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 및 지역민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2004년 전력 부족에 따른 저장성의 제한송전으로 천다오후 인근 생수공장이 생산 차질을 빚었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전력을 공장으로 돌려주겠다는 지방정부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천연수 생산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탓에 2004년 수십억위안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70만위안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생산지가 주요 대도시에서 멀리 있다 보니 눙푸산취안의 판매가 대비 운송비용은 10~12%로 경쟁업체 평균(4%)의 3배에 달한다.

하지만 눙푸산취안은 당장은 판매에 따른 이익이 적더라도 천연수 생산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중 회장은 “중국 생수시장도 장기적으로 품질에 따라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천연수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은 이미 널리 퍼진 만큼 품질의 차이가 이익률 격차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