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분양시장을 선도하던 세종시 분양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지난달부터 아파트와 아파트용지가 미분양되기 시작했다. 공급 물량이 많은 데다 정부청사에서 가까운 곳의 분양이 거의 마무리된 영향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저렴하게 공급되는 중소형 물량은 계속 잘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수십 대 1 청약률에서 9월엔 미분양 발생

지난달 9일 중흥건설이 세종시 L1 블록에 분양한 ‘중흥S클래스 에듀타운’ 108㎡형의 경우 354가구 공급에 94명이 청약, 세종시 민간아파트 분양에서 첫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달 말 한신공영이 M2 블록에 분양한 ‘한신휴플러스 엘리트파크’도 전용 85㎡ 초과 가구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99㎡A형과 99㎡B형은 각각 10가구(전체 255가구)와 5가구(전체 100가구)가 미달됐다. 같은 시기 청약을 받은 유승종합건설의 ‘세종 유승한내들’도 59~84㎡ 6개 주택형 중 2개만 3순위에서 마감했다.

세종시에서 공급된 민간 아파트들은 상반기만 해도 1순위에서 최고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대부분 마감됐다. 하반기 들어선 3순위에서 간신히 마감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지난달부터는 1~3순위에서조차 미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파트를 지을 택지도 미분양이 나타났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공급한 세종시 내 8개 아파트 용지 가운데 3개 필지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LH 관계자는 “전용 85㎡를 초과하는 평형을 일부라도 지어야 하는 조건이 붙은 용지는 모두 안 팔렸다”며 “투기수요를 기대할 수 없는 시장으로 바뀌다 보니 건설사들이 중소형 가구만 지을 수 있는 땅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LH는 미분양 용지를 이달 중 재공급할 예정이다.

○단기간 공급과잉·고분양가가 원인

세종시 분양 열기가 식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단기간에 공급이 집중된 데다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세종시에선 올 들어 9월까지 1만3328가구가 공급됐다. 또 연내에 5064가구가 추가로 나올 예정이다. 내년에도 1만가구 이상이 분양될 전망이다.

이 같은 단기공급 집중은 실수요층 고갈로 이어져 ‘초기 미분양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실수요층인 공무원들의 주택구매가 상당부분 이뤄진 상태여서 앞으로는 가수요가 유발돼야 분양시장 인기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행정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이전 대상기관 공무원 1만3452명 가운데 62.4%(8390명)가 이미 세종시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분양가격도 많이 올랐다. LH가 2010년 말 공급한 첫마을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639만원이었지만 올 상반기 750만원대로 올라섰다가 하반기 들어선 800만원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투기 단속으로 분양권 프리미엄도 떨어지고 있다. 한때 5000만원을 넘었던 첫마을 프리미엄은 2000만원 안팎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의 장기전망은 낙관적이다. 분양대행업체인 랜드비전의 이창언 사장은 “중대형의 미분양은 예상된 결과”라며 “교육여건과 환경이 좋은 세종시로 이사하려는 주변지역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전체적인 분양시장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