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이광범 변호사(53·사진)를 5일 임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악법도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특검을 임명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최 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수용했다”며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 특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원만한 대선관리를 위해 특검을 임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상당수 참모들은 “절차상 문제가 있는 특검 후보를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특검은 사시 23기로 법원 내 진보 성향 연구모임인 ‘우리법 연구회’ 출신이며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 행정처 사법정책실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그는 이상훈 대법관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 특검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34)가 내곡동 사저 터를 경호처와 함께 사는 과정에서 실제보다 싸게 샀고 경호처가 더 비싸게 사면서 결과적으로 국고를 낭비했는지, 매입한 땅이 시형씨 명의로 돼 있어 부동산실명제법을 어겼는지 등의 의혹을 조사한다.

앞서 민주통합당은 이 특검과 함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의 김형태 변호사(55)를 특검 후보자로 추천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가 당초 합의와 달리 여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재추천을 요구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원내수석 부대표 간 회동을 갖고, 특검 후보 재추천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내곡동 특검’은 준비기간 10일을 가진 뒤 30일 동안 수사를 할 수 있고 필요하면 15일간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사 결과는 11월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특검은 임명 발표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책임감과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과 책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수사보다도 선입견과 예단이 없는 수사, 법과 원칙에 입각한 수사가 되도록 하겠다”며 “정치적 고려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차병석 /이고운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