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 7일 오후 4시47분


세계의 부(富)가 산유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중동과 유럽 산유국들은 원유 등을 팔아 축적한 막대한 돈을 기반으로 국부펀드를 운용,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으로 떠올랐다. 국부펀드(SWF·Sovereign Wealth Funds)란 정부가 외환보유액의 일부 등 여윳돈을 따로 떼어 투자용으로 모아놓은 자금이나 운용기관을 말한다.

미국 금융전문지 인스티튜셔널인베스터가 최근 내놓은 ‘2012년 세계 국부펀드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등 산유국(석유를 생산하지만 수입이 더 많은 미국·중국 제외)은 지난 3월 말 현재 세계 20대 국부펀드 가운데 11개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가가 수년간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산유국들의 오일머니가 급속히 늘어난 데 힘입었다.

세계 10대 국부펀드 중 산유국 펀드 수도 지난해 3월 말 5개에서 올해 6개로 늘었다. 지난해 20위권 밖에 있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위원회(ADIC)가 9위로 뛰어올랐다.

운용자산이 가장 큰 국부펀드는 북해산 브렌트유를 생산하는 서유럽 최대 산유국 노르웨이의 글로벌연금펀드(GPF)였다. 2위와 3위는 중동의 주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쿠웨이트투자청(KIA)이 각각 차지했다. 이 밖에 카타르와 리비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산유국이 운용하는 국부펀드들도 20위권에 포진했다.

이들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주택 등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노르웨이 GPF가 본격적인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 주택시장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는 “글로벌 무역수지 불균형의 주범은 산유국들”이라고 분석했다. 무역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과거 글로벌 불균형의 주범으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지목했지만 지금은 산유국들이 주요 원유 소비국인 미국 중국 등에 원유를 팔아 막대한 무역흑자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상흑자는 최근 급감한 반면 산유국들의 경상흑자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2000년 이후 원유 수출국들의 누적 경상흑자는 4조달러를 넘었다. 같은 기간 중국 경상흑자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