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 협상이 적정 가격 논란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KB지주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이 인수 자체에 반대하거나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고 반발한 데 이어 8일엔 금융감독 당국이 인수 과정에서 KB지주와 국민은행의 건전성 훼손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당국은 인수과정에서 국민은행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긴다면 ING생명의 자회사 편입 승인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초만 해도 KB지주의 ING생명 인수 적정가격은 최소 2조4000억원에서 최대 3조원으로 제시됐다. KB지주의 용역을 받은 캐나다계 보험전문 컨설팅 회사 밀리만코리아가 낙관적 시나리오와 비관적 시나리오를 적용했을 때 도출한 결과였다. 이 같은 가격대는 사외이사들에게도 보고됐다. 하지만 최근엔 당초 제시됐던 최소 가격인 2조4000억원도 비싸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불경기에다 저금리로 자산운용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점 등이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KB지주의 한 사외이사는 “ING생명의 작년 순이익은 약 2400억원으로 투자액의 10% 정도 이익이 나야 한다고 계산하면 인수 가격을 2조4000억원으로 볼 수도 있다”며 “하지만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어 지금은 그 가격도 비싸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보험사들의 수익성이 좋지 않고 새로운 계약이 얼마나 들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2조4000억원 이상은 안 된다고 해놨지만 사실 그 가격도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KB지주는 2조4000억원 아래에서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지주와 ING생명 간 가격 협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인수가 성사되려면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승인이라는 절차가 마지막에 남아 있다. 금융당국은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사업계획의 타당성 △자금조달의 적절성 등을 심사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수년간 기업과 가계 부실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지주와 은행은 자본 확충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한다”며 “수조원을 대형 인수·합병(M&A)에 투입한 다음 자본 확충과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이 KB지주에 1조원을 중간 배당하는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ING생명의 모회사인 ING그룹이 KB지주의 지분 5.02%를 보유한 3대 주주인 점이 가격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주라는 이유로 가격 협상에 끌려다니거나 과도한 가격에 인수한다면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박신영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