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흥분시킨 굉음 '슈퍼카 레이스'…포르쉐· 페라리도 한국타이어 달았다
“부아아앙! 부앙!”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북쪽으로 32㎞ 떨어진 ‘발레룬가 서킷’. 페라리, 마세라티, 포르쉐, 메르세데스 벤츠 등 레이싱카 40여대가 굉음을 쏟아냈다. 7일(현지시간) 열린 ‘이탈리안 슈퍼스타즈’ 레이싱 경기에 참가한 차량들이다. 슈퍼카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열린 레이싱 경기에 낯익은 한국타이어 로고가 눈에 띄었다. 빈센조 라마로 조직위원장은 “한국타이어가 올해부터 이 대회의 공식 타이어 공급업체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슈퍼카 본고장서 품질로 승부
로마를 흥분시킨 굉음 '슈퍼카 레이스'…포르쉐· 페라리도 한국타이어 달았다

이탈리안 슈퍼스타즈는 이곳에서 F1(포뮬러원) 다음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레이싱 경기다. 2004년부터 열렸다. 한 해 동안 이탈리아와 영국 헝가리 벨기에 등 유럽 전역을 돌며 9차례 경기한다. 경기당 평균 3만5000명씩 총 31만5000명이 관람하며, 경제적 효과는 3600만유로(약 5조400억원)에 이른다고 조직위원회는 설명했다. 이 대회는 2008년부터 공식 타이어 공급업체를 선정했으며 2008~2009년에는 피렐리, 2009년부터 지난해까진 미쉐린이 타이어를 공급했다.

김정곤 한국타이어 과장은 “올해 처음으로 공급업체로 선정됐을 때 참가팀으로부터 낯선 브랜드의 타이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항의도 받았다”고 말했다. 한 해 동안 이 대회에 공급한 4000개의 타이어 가운데 품질 문제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자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다. 한국타이어는 이날 피렐리와 미쉐린 등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향후 3년 동안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기로 조직위원회와 합의했다. 덕분에 이탈리아 시장점유율도 상승세다. 최수만 한국타이어 이탈리아 법인장은 “점유율이 2010년 5%에서 올해 7.5%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모터스포츠 대회 후원 40개로 확대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독일 투어링카마스터즈(DTM) 공식 타이어 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모터스포츠마케팅을 본격화했다. DTM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3사의 자존심 대결로 잘 알려진 대회다. 올해는 이탈리안 슈퍼스타즈를 비롯해 F3(포뮬러3), 스웨덴 TTA 레이싱 엘리트 리그 등 유럽 각국 대회에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모터스포츠 공략은 레이싱 타이어를 포함한 초고성능(UHP) 타이어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레이싱 타이어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1조원. 한국타이어는 4%의 점유율로 글로벌 7위다. 김세헌 모터스포츠 담당 상무는 “현재 후원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대회는 26개로 내년에는 북미와 동남아 지역으로 범위를 넓혀 40개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2014년에는 시장점유율 7%로 레이싱 타이어 부문 ‘글로벌 톱5’에 무난히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터스포츠 마케팅은 조양래 회장의 둘째 아들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마케팅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올해 초 본사와 구주지역본부에 ‘모터스포츠 전담팀’을 만들고 직접 챙기고 있다. 모터스포츠 마니아로 시간이 날 때마다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를 방문해 모터스포츠 경기를 관람한다. 올해도 ‘뉘르부르크링 24시 경주’를 포함해 4~5개 대회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국내에서도 ‘코리안스피드페스티벌(KSF)’과 ‘한국 DDGT’ 등을 주최하고 있다.

로마=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