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정치권 개입…재취업·회생길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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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휘둘리는 노사현장 (2) 쌍용차·한진重의 진실
지난 7월20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고용센터에서는 ‘쌍용차 무급휴직자를 위한 협력사 취업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2009년 불법파업 이후 무급휴직자가 된 468명에게 일자리를 주선해주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행사에는 구직자, 구인자가 별로 모이지 않아 반쪽행사로 끝났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행사를 방해한 탓이다. 쌍용차 노조지부는 ‘행사에 참가하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동료들의 재취업길을 막았다. 당초 무급휴직자 120여명이 행사장을 찾기로 했으나 옛 동료들로부터의 왕따를 우려해 20명만 모습을 드러냈다. 참여 업체도 당초 50여개에서 21개로 줄었다. 무급휴직자의 고통을 덜기 위해 마련된 행사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오히려 휴직자의 고통을 가중시킨 셈이다.
쌍용차 사태는 2009년 회사가 정리해고를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노조가 77일간의 불법 파업을 벌이자 민주당 민노당 등 정치권과 각종 좌파노동세력들이 개입하면서 공장은 만신창이가 됐다.
3년이 지난 지금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는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또 다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달 20일 열린 청문회에서 쌍용차 경영 컨설팅을 맡은 회계법인들이 부채 규모를 부풀려 ‘기획 부도’를 내고 대량해고를 정당화시켰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쌍용차는 최근 5년간 누적 영업적자가 9000억원에 달해 극심한 유동성 위기로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다. 평택공장 가동률은 상반기 평균 79%였고 국내 시장 점유율도 3% 안팎으로 한계에 달해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계속 구조조정의 정당성 여부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한진중공업 역시 2010년 말 생산직 400여명을 감원하려 했으나 시민단체의 ‘희망버스’시위로 희망퇴직은 없었던 일이 됐다. 회사는 당초 직원들을 구조조정하면서 퇴직금과 위로금(22개월치 급여)을 지원하는 한편, 협력업체 재취업도 돕기로 했다. 정리해고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희망퇴직자 처우’를 해주자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개입해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지난해 8월 청문회에 출석시키면서 사태는 다시 꼬였다. 노조는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고 회사는 직장폐쇄로 맞대응했다. 여기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의 잇따른 방문으로 한진중 문제는 정치문제로 비화됐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지난해 11월 파업이 끝난 뒤 11개월이 지났지만 일부 특수선 물량을 제외하곤 극심한 수주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오는 11월까지 해고자들의 복직을 약속했지만 도크는 텅 빈 상태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실직 상태서 사망한 근로자는 9명…쌍용차 사망자 22명 살펴보니
쌍용차동차 근로자와 그 가족들 가운데 사망자 수는 이 회사에서 정리해고가 시작된 2009년 5월 이후 지금까지 모두 22명이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22명 중 자살한 사람들의 삶을 추적해 《의자놀이》라는 책을 써 사회적 관심을 부추겼다.
사망 근로자의 신분을 보면 10명이 희망퇴직자이며, 2명이 무급휴직자 및 해고자로 실직상태에서 12명이 사망했다. 희망퇴직자 10명 중에는 쌍용차 사내하도급으로 이전해 근무하다 사망한 근로자 3명이 포함돼 있어 실제 실직 상태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9명인 셈이다.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자가 아니고 쌍용차(5명)와 협력업체(2명)에 재직했던 근로자 7명도 사망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 또 근로자 부인 3명(희망퇴직자, 무급휴직자, 재직자 부인 각 1명)이 이 시기에 숨졌다.
사망사유를 보면 개인 부채 또는 친ㆍ인척 부채로 인한 자살이 7명(희망퇴직 3명, 협력업체 2명, 쌍용차 재직자 2명)으로 가장 많고 △뇌출혈, 심장마비, 심근경색, 당뇨쇼크 등 질병으로 인한 사망 6명(희망퇴직자 4명, 재직자 2명)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3명(재직자 부인, 무급휴직자 부인, 희망퇴직자 각 1명) △수면 중 사망 3명(희망퇴직자 부인, 희망퇴직자, 무급휴직자 각 1명) 등이다.
또 개인질병 또는 경제 비관으로 2명(재직자, 희망퇴직자 각 1명)이 사망했고 정신분열증에 의한 자살(해고자)도 1명 포함돼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노조가 77일간의 옥쇄파업을 벌이면서 다른 기업들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줘 능력이 있는 좋은 인력들이 재취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정리해고와 상관없는 사망자도 포함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