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낮은 결정적 이유는 인사 실패에 있다.’ ‘비사(秘史) MB노믹스’를 취재하면서 접한 상당수 정부 인사들이 동의하는 분석이다. 그 중에서도 금융권을 소위 ‘MB맨’과 ‘PK(부산ㆍ경남) 지역’ 출신들이 장악한 것에 대해선 이구동성으로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장관급 인사는 “대통령 측근들이 이른 바 ‘금융권 4대 천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요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독식한 것은 능력과 전문성을 떠나 정권에 큰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금융권 4대 천왕’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강만수 산은 지주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등이다. 어 회장은 정권 초기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장을 역임했고, 강 회장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실세다. 김 전 회장과 이 회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으로 역시 측근이다. 여기에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포항 동지상고 출신으로 이 대통령과 지연과 학연으로 얽혀있다. 최근엔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가면서 PK 출신의 ‘금융권 장악 완결판’이란 지적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정권의 공신들이 논공행상을 하려고 할 때 말려야 할 원로그룹이 먼저 자리를 꿰차는 모습은 아쉬운 대목이었다”고 말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을 존중하지 않으면 금융 질서가 바로 잡히지 않는다”며 “현재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모두 정권 실세인데,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얼마나 존중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금융을 권력 장악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 감독기관과 상의나 조율 없이 인사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하면서 무리수가 많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차라리 미국처럼 ‘엽관제’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신 그룹을 요직에 발탁하는 것을 법제화해 대통령의 인사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전 정부 출신 인사는 임기 여부와 상관없이 정권이 교체되면 자리를 내놓도록 하자는 것이다. 청와대 인사조직도 이에 맞춰 관장 범위를 축소해 공기업 부서장 인사까지 챙기면서 호가호위를 하거나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키는 것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