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큰손들, 금·원유 DLS '싹쓸이'
서울 역삼동 신한금융투자 신한PWMPV강남센터 고객 A씨는 지난 9월25~28일 청약이 진행된 ‘파생결합증권(DLS) 336호’에 5억원을 투자했다. 매월 평가일에 국제 금·은 가격이 기준가격의 55%만 넘으면 0.9175%(연 11.01%)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올초 투자한 주가연계증권(ELS)이 상환되면 자금을 또 다른 ‘상품DLS’에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가 이달 중 판매할 예정인 1년 만기 ‘석유 DLS’에 대해 벌써부터 슈퍼리치(고액 자산가)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기준가격의 55% 아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11%의 수익을 안겨주는 상품이다.

◆연 10% 수익률…슈퍼리치 관심 커져

강남 슈퍼리치들 사이에서 상품DLS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연 9~10%대의 고수익을 내걸고 있는 데다 3차 양적완화(QE3)로 풀린 돈 때문에 금·은·원유 등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아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좀처럼 돌파하지 못하면서 ELS나 주식 수익률이 낮아진 것도 DLS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우리투자증권이 9월 판매한 ‘금·은 DLS’ 2종에는 100억원의 돈이 몰렸다. 이 상품은 매달 평가일에 금·은 가격이 기준가격의 50~55%만 넘으면 월 0.76~0.96%의 수익을 안겨준다.

신혜정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장은 “QE3로 인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월 1% 가까운 금리를 제시하자 고객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금·은 DLS 336호’도 75억원어치가 팔렸다. 전현진 신한금융투자 신한PWMPV강남센터 팀장은 “코스피200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등은 증시의 변동성이 줄어 수익률이 5~6%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가격 하방경직성이 있는 금을 중심으로 하는 DLS의 상대적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품DLS 발행 증가 추세

상품DLS 발행도 증가 추세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1월 142억원에 불과했던 ‘금·은 DLS’ 발행금액은 9월 2508억원까지 늘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DLS는 기존 ELS와는 차별화된 기초자산을 활용하기 때문에 투자자산의 배분 관점에서도 매우 각광받는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회사들도 앞다퉈 상품DLS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에만 상품DLS 5종을 약 84억원어치 판매한 대신증권은 10월에도 금과 은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연 9% 수익률의 DLS를 발행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도 런던 금·은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4종을 판매해 85억원을 모집한 데 이어 지금도 비슷한 구조의 DLS를 팔고 있다. 이 연구원은 “금, 은 등 기초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다 시장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발행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 DLS

derivatives linked securies. 파생결합증권. 주가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보다 확장해 이자율·통화·실물자산(금 은 구리 등)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과 연계해 투자 수익률이 결정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