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주는 올 상반기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여파로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주가를 짓눌렀다. 하반기 들어선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로 주요 제약주들의 주가가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고평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약주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업종 대장주 동아제약이 2.97% 오른 것을 비롯해 JW중외제약(5.56%) 부광약품(8.89%) 등 제약주 대부분이 큰 폭으로 뛰었다. 유한양행(2.83%) 대웅제약(2.71%) 동화약품(1.76%) 태평양제약(6.78%) 등은 1년 신고가를 경신했다.

제약주 강세는 지난 5월 하순께부터 시작됐다. 유가증권시장의 의약품 업종지수는 5월21일 2850.11로 저점을 찍고 반등, 이날 4026.94를 기록했다. 석 달 반 동안 41.29% 상승한 것이다.

제약주의 이 같은 강세는 실적이 지난 상반기를 바닥으로 내년에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신한금융투자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높다는 이유로 제약업종에 대해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관행에 비춰볼 때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확실하게 좋아지는 업종이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 제약주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추가 상승 여력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대표적 고평가 종목으로 분류되면서 지난달 20일 9만4800원에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 이날까지 6.96% 조정을 받았다.

우리투자증권은 제약주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승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포괄수가제 실시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건전화로 제약산업의 규제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따라서 “주요 제약주들의 주가는 실적개선에 힘입어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