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세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가수 최초로 2주 연속 빌보드 싱글차트 2위에 올랐고 지금 기세로 봐서는 1위 등극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세계 진출, 특히 미국에서의 성공에 열광하는 우리 사회분위기는 이번에도 유감 없이 발휘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입만 열면 강남스타일이요, 매스컴과 인터넷에도 온통 싸이와 강남스타일 이야기가 넘친다. 갖가지 관련 상품이 출시된 건 물론이고 패키지 관광상품까지 나온다고 한다. 사원 채용시 면접 주제로도 강남스타일이 단골이라는 마당이다.

싸이 성공, 우연의 결과일 수도

강남스타일이 뜨자 소위 전문가들도 바빠졌다. 성공 요인을 분석해 내기 위해서다. 연구소 관계자, 대학교수, 언론인, 전직관료 등 ‘한마디’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경쟁적으로 성공 비결을 쏟아낸다. 크라우딩 소싱을 비롯한 제작과정의 창의성, 저작권 포기를 통한 개방성, 소비심리의 정확한 포착, 독특한 자기세계 고집, 신나고 재미난 리듬 등등. 성공 비결은 수도 없이 많고 어려운 전문 용어까지 등장해 이정도면 논문을 몇 편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싸이와 그의 음악 세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강남스타일 성공에는 혹시 다른 숨겨진 요인이 있는 건 아닐까? 싸이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성공 이유는 사실 모르겠다. 의도한 바도 없었고 노림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심각하지 않고 웃겨서 오히려 신선한 느낌이 들어 잘된 게 아닌가 싶다”는 얘기도 했다. 매우 솔직한 표현으로 전문가 분석과는 달리 치밀한 계획이나 의도 따위는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빌보드 상위까지 올라간 이유를 설명하기엔 충분치 않다.

사실 싸이의 성공에는 스쿠터브라운이라는 유명 연예기획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는 현존 최고의 아이돌 팝스타로 꼽히는 저스틴 비버를 발굴한 주인공이다. 어느 날 우연히 강남스타일을 접한 그가 “어떻게 내가 이 친구와 계약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트위트를 하며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링크했다. 그의 트위트는 삽시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져 나갔고 강남스타일도 본격 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 싸이와 계약을 맺었고 지금은 해외매니저를 맡고 있다. 여성이 길거리 캐스팅으로 하루 아침에 벼락스타가 되는 것과 유사한 일이 싸이에게도 벌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싸이의 성공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이유야 어쨌든 빌보드 상위권 진입은 축하할 일이다. 설사 이번 히트가 반짝 성공으로 끝난다 해도 그가 한국 대중음악사에 이미 큰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하다. 중요한 건 강남스타일의 성공요인이나 싸이의 앞날이 아니다. 그보다는 강남스타일의 성공에 도취해 우리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지나친 흥분과 쏠림 현상이다.

정부까지 특혜 주는 건 곤란

빌보드 1등 전엔 귀국하지 말라든지 싸이를 대통령으로 밀자는 주장은 차라리 애교로 봐줄 만하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훈장을 주겠다고 하고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됐던 그의 노래를 ‘알아서’ 빼주겠다는 데 이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해외에서 큰 성공을 했다니 정부는 물론 서울시도 앞장서 예외와 특혜를 인정해 주겠다고 안달이다. 서울시는 싸이의 시청광장 공연을 위해 당초 계획된 다른 공연을 취소한 바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렇게 호들갑이니 대중들은 또 어떻겠는가.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통해 희화하고 조롱하려던 대상이 바로 이런 우리의 이중적 모습은 아니었을지 한번 쯤 반문해 볼 일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